46미터 산수화의 압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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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미터 산수화의 압도감

한 작품을 위해 세운 전시관

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에는 여러 작품을 차례로 둘러보는 일반적인 미술관과 다른 전시 공간이 있다. 야송 이원좌 화백의 대작 ‘청량대운도’ 한 점을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된 청량대운도전시관이다.

전시관은 청량대운도를 공개하기 위해 2013년 문을 열었다. 작품의 규모와 감상 방식을 중심으로 건물 내부가 구성돼 있어, 거대한 산수화가 공간 전체를 이끄는 독특한 전시 형태를 보여준다. 한 작품을 가까이에서 세밀하게 살피고 멀리서 전체 구도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뚜렷한 특징이다.

가로 46미터에 펼쳐진 청량산

전시장에 들어서면 넓은 벽면을 채운 청량대운도가 시선을 붙든다. 작품의 크기는 가로 46m, 세로 6.7m로, 사용된 종이만 전지 약 400장에 이른다. 일반적인 회화와 한눈에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큰 화면에는 산봉우리와 계곡, 산자락을 둘러싼 운무가 길게 이어진다.

작품 가까이에서는 산의 형태와 굴곡을 나타낸 세밀한 붓질이 드러난다. 몇 걸음 물러서면 각각의 봉우리와 계곡이 서로 연결되면서 광활한 하나의 산수 풍경을 이룬다. 관람 위치에 따라 세부 묘사와 전체 구도가 다르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전시관에는 청량대운도의 전경을 살펴볼 수 있는 2층 관람 공간도 마련돼 있다. 아래에서는 작품이 지닌 높이와 세부 표현을 체감할 수 있고, 위에서는 긴 화폭에 펼쳐진 산세와 운무의 흐름을 보다 넓게 조망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서로 다른 높이와 거리에서 작품을 바라보며 화면의 규모를 가늠하게 된다.

수장고에서 전용 공간으로

청량대운도는 큰 규모 때문에 한동안 군립청송야송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됐다. 이후 관람객이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 공간이 조성됐으며, 현재 청량대운도전시관은 이 작품 한 점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작품에 맞춰 전시관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청량대운도의 규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반 전시장에 작품을 배치한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펼쳐 보이고 여러 지점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독립된 공간을 만든 것이다.

답사와 스케치로 완성한 실경산수화

청량대운도는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청량산을 소재로 삼은 실경산수화다. 야송 이원좌 화백은 청량산을 직접 답사하며 풍경을 스케치했고, 그 자료를 토대로 1992년 4월부터 10월까지 작업해 작품을 완성했다.

실경산수화는 실제 자연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되, 화가의 관점과 예술적인 표현을 더해 풍경을 새롭게 구성하는 회화다. 청량대운도 역시 청량산의 실제 모습을 토대로 제작됐지만 자연을 그대로 기록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화면을 가득 채운 봉우리와 계곡, 그 사이를 흐르는 운무가 어우러져 청량산의 웅장한 기운을 전한다.

전시관에서는 작가와 관련된 자료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수백 장의 전지를 활용해 하나의 산수화를 완성한 과정에 주목하면, 작품의 물리적인 크기뿐 아니라 제작에 투입된 시간과 표현의 밀도도 이해할 수 있다.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남긴 낙관

화폭에 남아 있는 독특한 낙관도 눈여겨볼 요소다. 작품에는 일반적인 도장뿐 아니라 손바닥과 발바닥, 코를 활용해 남긴 낙관의 흔적이 있다. 거대한 화면 곳곳을 살피다 보면 작품의 규모와 함께 작가 특유의 개성과 표현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낙관은 산세를 표현한 붓질이나 화면 구성과는 또 다른 관찰 지점을 만든다. 멀리서는 청량산의 전경이 먼저 들어오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세부적인 붓의 움직임과 낙관의 형태가 차례로 눈에 잡힌다.

로비에서 이어지는 작품 감상

로비에는 야송 이원좌 화백의 또 다른 실경산수화인 ‘청량산운도’가 전시돼 있다. 청량대운도보다 규모는 작지만 청량산의 특징적인 지형과 풍경을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러 겹으로 이어진 산봉우리와 암벽, 계곡을 통해 산의 깊이와 웅장함을 표현한 작품이다.

두 작품을 함께 살펴보면 같은 청량산을 소재로 한 풍경이 화면의 규모와 구성에 따라 어떻게 달리 펼쳐지는지 비교할 수 있다. 회화 작품 외에는 야송 이원좌 화백의 도자 작품도 전시돼 있다. 일부 도자 작품은 구입할 수 있으며, 엽서처럼 크기가 작은 기념품도 마련돼 있다.

색연필로 만나는 동판화 체험

전시관 로비에서는 동판화 체험도 할 수 있다. 동판화는 금속판에 선이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잉크를 묻힌 뒤 종이에 찍어내는 판화 기법이다. 이곳의 체험은 색연필을 활용해 청송 주왕산과 소나무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시실에서 대형 산수화를 감상한 뒤 로비에서 직접 색을 더해보는 문화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다. 청량대운도의 세밀한 산세와 운무를 관찰한 경험이 주왕산과 소나무를 표현하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관람 전 확인할 운영 정보

시설명청량대운도전시관
위치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
관람 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 마감오후 5시 30분
휴관일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관람료무료

청량대운도전시관은 거대한 산수화 한 점이 하나의 전시 공간을 어떻게 완성하는지 보여주는 곳이다. 가까운 거리에서는 치밀한 붓질과 개성 있는 낙관을, 2층 관람 공간에서는 청량산의 봉우리와 계곡이 이어지는 전체 구도를 살펴볼 수 있다. 작품의 압도적인 크기와 함께 실제 자연을 예술로 재구성한 화가의 시선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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