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선이 빚은 새 조각

차갑고 단단한 철이 섬세한 선과 얼굴, 풍경으로 변한다. 포항시립미술관은 2026 스틸아트 기획전 RE:Figure 변화하는 형상, 확장되는 조각을 2026년 9월 22일부터 2027년 1월 3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철을 비롯한 금속 재료가 조각의 전통적인 범위를 넘어 어떻게 새로운 형상과 공간을 만들어 내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김선혁, 소현우, 송진수, 유봉상, 이용재 등 다섯 작가가 참여한다.
형상을 다시 바라보는 전시
전시 제목에 쓰인 RE에는 형상을 다시 생각하고, 새롭게 해석하며, 다시 구축해 오늘의 삶과 연결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각각의 의미는 다시 생각하기인 Re-think, 다시 해석하기인 Re-interpret, 새롭게 구축하기인 Re-construct, 다시 연결하기인 Re-connect로 이어진다.
작가들은 못과 구리선, 금속선, 작은 금속 조각, 굵은 와이어 등을 활용해 익숙한 인물과 자연, 동물, 자동차, 캐릭터를 새로운 조각 언어로 펼쳐 보인다. 관람객은 같은 작품을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 다가가 살필 때 서로 다른 형상과 질감을 발견할 수 있다.
못으로 쌓아 올린 유봉상의 풍경
1층 1전시실에서는 유봉상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부드러운 풍경 사진을 연상시키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표면에 수많은 못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못은 단순한 고정 도구에 머물지 않고 풍경을 이루는 조형 요소가 된다. 일정하게 이어진 못의 머리 위로 빛이 닿으면서 밝고 어두운 부분이 나타나고, 그 빛과 그림자가 화면의 인상을 더욱 세밀하게 바꾼다. 관람 거리에 따라 하나의 풍경과 수많은 금속 요소가 번갈아 시야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구리선으로 그려낸 이용재의 얼굴
1층 3전시실에는 이용재의 인물 형상이 전시된다. 작가는 가느다란 구리선의 간격과 밀도를 조절해 얼굴의 윤곽과 표정을 표현한다.
멀리서 보면 종이 위에 선으로 그린 평면 드로잉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는 구리선이 실제 공간을 차지하는 입체 작품이라는 점이 선명해진다. 선이 조밀한 부분과 성긴 부분의 차이가 인물의 표정과 깊이를 구성하며,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함께 보여준다.
식물과 인간이 얽힌 김선혁의 형상
1층 4전시실에서는 김선혁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가느다란 가지처럼 길게 뻗은 금속선이 사람의 몸과 뒤섞이면서 하나의 형상을 이룬다.
식물의 줄기나 가지로 보이는 선과 인간의 신체가 서로 얽혀 있어 어느 한쪽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식물인지 사람인지 경계가 흐려지는 모습이 전시장 안에서 낯설고 신비로운 장면을 만든다. 금속선은 단단한 재료이면서도 유기적으로 뻗어나가는 생명체의 형태를 드러낸다.
스틸퀼팅으로 완성한 소현우의 캐릭터
2층 2전시실에는 소현우의 캐릭터 작품이 마련됐다. 동화나 대중문화에서 접할 수 있는 친숙한 캐릭터를 변형한 작품들로, 밝고 유쾌한 외형 속에 여러 이야기를 담는다.
작품에는 작은 금속 조각을 천처럼 이어 붙이는 스틸퀼팅 기법이 활용됐다. 금속 조각들이 연결된 표면은 반짝이고 매끄러운 인상을 준다. 친근하고 귀여운 형상과 금속 특유의 단단한 질감이 한 작품 안에서 함께 나타난다.
공간을 선으로 채운 송진수의 와이어 드로잉
2층 초헌 장두건관에서는 송진수의 와이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굵은 와이어를 구부리고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사람과 동물, 자동차의 모습을 공간 안에 그려낸다.
종이 위에 그린 선과 달리 와이어는 전시장 안에서 입체적인 윤곽을 만든다. 관람객이 작품 주변을 이동하면 선이 겹치는 정도와 형상의 윤곽도 달라진다. 정면과 측면 등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선의 밀도와 공간감이 달라지는 구조다.
멀리서 한 번 가까이서 한 번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관람 거리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유봉상의 풍경은 멀리에서 하나의 이미지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는 못의 집합으로 드러난다. 이용재의 얼굴도 먼 거리에서는 평면적인 그림처럼 보이다가 가까워질수록 구리선으로 구성된 입체성이 나타난다.
김선혁의 금속선과 소현우의 스틸퀼팅, 송진수의 와이어 역시 위치와 거리를 바꿔 살펴볼 때 재료의 연결 방식과 형상의 구조를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익숙한 얼굴과 풍경, 캐릭터, 사람과 동물 등이 등장해 현대미술이나 조각을 처음 접하는 관람객과 어린이도 작품의 형태를 따라가며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기간과 관람시간
| 전시명 | 2026 스틸아트 기획전 RE:Figure 변화하는 형상, 확장되는 조각 |
|---|---|
| 전시 기간 | 2026년 9월 22일 화요일부터 2027년 1월 3일 일요일까지 |
| 4월부터 10월 |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
| 11월부터 3월 |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
| 입장 마감 | 관람 종료 30분 전까지 |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 공휴일 운영 |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개관하고 다음 날 휴관 |
전시 기간에는 10월과 11월 사이에 관람시간이 달라지므로 방문 시 해당 월의 운영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시장과 교통 정보
전시 장소는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10 포항시립미술관이다. 포항시립미술관은 국내 유일의 스틸 아트 뮤지엄을 표방하며, 철과 예술의 관계를 다루는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 이용 가능 버스는 207번, 302번, 600번, 900번, 9000번, 양덕1번, 양덕3번이다.
- 환호해맞이그린빌 정류장에서 하차한 뒤 걸어서 약 3분 거리다.
- 차량 이용객은 환호공원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미술관은 환호공원 안에 자리한다. 관람을 마친 뒤에는 공원 산책과 바다 풍경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 안에서는 금속의 빛과 선이 이어지고, 바깥에서는 공원과 바다가 펼쳐져 포항의 장소적 특징과 스틸아트의 인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철의 도시에서 만나는 확장된 조각
철은 이번 전시에서 풍경이 되고 얼굴이 되며, 사람과 식물, 캐릭터와 일상의 장면으로 확장된다. 못과 구리선, 와이어와 금속 조각은 작가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연결돼 조각의 형태를 새롭게 구성한다.
다섯 작가의 작품은 차갑고 단단하다고 여겨지는 금속이 섬세한 표정과 부드러운 풍경, 움직이는 듯한 선을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작품에서 조금 떨어졌다가 다시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을 통해 재료와 형상이 바뀌어 보이는 순간을 차분히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