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초가집 두 채의 비밀

안동시 성곡동 민속촌길에는 이엉을 얹은 담장과 초가가 이어진다. 안동시립박물관 야외박물관에 자리한 이춘백 초가와 박분섭 까치구멍집은 옛 살림집의 구조와 생활 방식을 가까이 살펴볼 수 있는 전통가옥이다. 월영교 일대와 안동시립박물관, 전통가옥을 한 일정으로 둘러보려는 방문객에게 어울리는 곳이다.
둥근 초가지붕 아래에는 방과 부엌, 마루와 저장 공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배치돼 있다. 담장 밖에서 짐작한 집의 크기와 문 안쪽에서 확인하는 공간의 짜임도 사뭇 다르다. 마당을 지나 집을 돌아보면 지붕과 벽, 문과 문턱처럼 평소 지나치기 쉬운 부분까지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문다.
수몰 지역의 옛집을 옮긴 야외박물관
안동시립박물관 야외박물관이 조성된 배경에는 안동댐 건설이 있다. 1976년 댐이 완공되면서 물에 잠길 지역의 전통 건축물을 성곡동 일대로 옮겨 보존했다. 현재 남아 있는 가옥들은 이전 마을의 생활상과 건축 방식을 전하는 자료다.
관람의 출발점은 경상북도 안동시 민속촌길 13에 있는 안동시립박물관이다. 박물관 공식 야외 안내도에서 이춘백 초가는 13번, 박분섭 까치구멍집은 14번으로 표시돼 있다. 야외박물관에는 이름과 형태가 다른 초가가 여러 채 모여 있어 두 번호를 미리 알아두면 목적지를 찾기 수월하다.
민속촌길은 경사진 지형을 따라 이어진다. 자동차로 방문할 경우 안동시립박물관 주차장을 기준으로 삼고 걸어서 가옥을 둘러보는 동선이 자연스럽다. 주차시설은 박물관 공식 소개 기준 약 200대 규모다. 가옥 주변에는 흙바닥과 돌기단, 높이가 서로 다른 문턱이 있으므로 경사와 턱을 고려해 밑창이 안정적인 신발을 준비하는 편이 알맞다.
살림의 필요가 집 모양을 바꾼 이춘백 초가
이춘백 초가는 도산면 토계리에서 옮겨온 농가다. 앞쪽으로 튀어나온 작은 건물과 뒤쪽 본채가 이어지고, 집 둘레에는 돌과 흙을 쌓은 담장이 둘러져 있다. 담 위에도 짚을 덮어 지붕과 담장이 비슷한 재료로 마무리됐다. 담장 안팎을 따라 걸으면 짚과 흙, 돌과 나무가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초가는 볏짚이나 풀을 엮어 지붕을 덮은 집을 말한다. 지붕에 올리기 위해 엮은 짚은 이엉이라고 부른다. 이춘백 초가에서는 처마 끝을 따라 두껍게 포개진 짚과 지붕 위를 단단히 묶은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낮게 내려온 처마는 벽과 창호를 가까이 살펴보게 하고, 둥글게 이어진 지붕선은 담장 위의 짚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가옥에서 특히 주목할 곳은 앞쪽으로 돌출된 광이다. 광은 곡식이나 살림살이를 보관하던 공간이다. 부엌을 넓히고 그 앞에 광을 덧붙이면서 건물 평면은 ㄱ자 형태가 됐다. 살림에 필요한 공간을 확장하는 과정이 집의 전체 모양까지 바꾼 사례다.
돌출된 광의 아래쪽은 널판으로 막았고, 위쪽은 목재 틀 사이를 밝은 벽으로 채웠다. 가까운 본채 벽에는 둥근 환기구가 있으며 그 위로 지붕을 받치는 서까래가 드러난다. 네모난 문과 원형의 작은 구멍이 한 벽면에 놓여 있어 단순해 보이는 초가의 외관에서도 다양한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담장과 건물 사이에는 좁은 흙길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가면 정면에서 보이지 않던 벽과 집의 옆면이 차례로 나타난다. 담장 너머에는 나무가 우거져 있지만 마당은 흙바닥으로 열려 있다. 집과 담이 바짝 붙은 구간과 마당이 넓어지는 구간이 번갈아 이어지며, ㄱ자형 건물 배치가 바깥 공간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나무문과 종이문이 보여주는 공간의 쓰임
이춘백 초가의 문은 크기와 재료가 다양하다. 두꺼운 나무판을 이어 만든 문에는 나무 손잡이와 가로걸쇠가 달렸다. 바로 옆에는 종이를 바른 문이 이어져 같은 벽면에서도 방과 부속 공간의 입구가 구별된다. 널판문에는 나뭇결이 그대로 남아 있고, 두 문짝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잠금장치도 문과 비슷한 색의 나무로 만들어졌다.
금속 손잡이와 자물쇠에 익숙한 시선에는 이 같은 작은 목재 부재가 오히려 선명하게 다가온다. 문은 단순한 출입구가 아니라 방과 창고, 부엌 등 각 공간의 쓰임을 구분하는 요소다. 문 재료와 크기를 비교하면 가옥 안에서 생활공간과 저장공간이 어떻게 나뉘었는지 이해하기 쉬워진다.
종이문 안쪽에는 방이 있고, 위치에 따라 방을 지나 반대편 작은 문까지 바라볼 수 있다. 문틀 아래에는 높이가 있는 문턱을 두었다. 방마다 마당으로 통하는 출입문이 따로 나 있으면서 실내를 잇는 작은 문도 마련돼 있다. 오래된 살림집의 생활 규모와 이동 방식이 문과 문턱의 배치에 구체적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마당 쪽에는 나무마루가 이어지고 그 옆으로 부엌이 붙어 있다. 부엌과 가까운 문은 높고 넓으며, 위쪽에는 세로로 긴 살이 놓여 있다. 마루 아래와 기단 주변에서는 아궁이를 확인할 수 있어 온돌을 사용하던 집의 구성을 짐작하게 한다.
마루는 넓은 나무판을 맞대어 만든 바닥이다. 흙바닥 마당보다 높게 놓였고 종이 방문 앞까지 이어진다. 판재의 폭과 나뭇결이 모두 같지 않아 바닥을 이루는 목재 하나하나의 형태가 드러난다. 흙으로 된 마당과 나무마루, 종이를 바른 방문이 맞닿으며 공간마다 서로 다른 재료가 사용됐음을 보여준다.
이춘백 초가는 부엌과 광을 넓히며 살림의 필요에 맞춰 변화한 집이다. 식사를 준비하는 공간과 물건을 보관하는 공간이 집 앞쪽으로 확장됐다는 점을 알고 보면, 돌출된 건물은 독특한 외형을 넘어 분명한 목적을 지닌 생활시설로 이해된다.
기둥 사이로 읽는 전통가옥의 한 칸
전통가옥 설명에서 자주 등장하는 한 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간격을 뜻한다. 방 하나의 개수나 현대 주택의 면적 단위와는 다르다. 안내문에 적힌 칸 수를 방의 개수로 바꾸어 세기보다 기둥의 배열을 기준으로 이해해야 건물 규모와 구조를 정확히 읽을 수 있다.
현장에서 기둥의 위치를 차례로 살펴보면 벽과 문이 어떤 간격으로 놓였는지 보인다. 방과 마루, 부엌을 구분하는 선도 기둥 배치와 연결된다. 오래된 집을 볼 때 지붕의 모양만 살피지 않고 기둥 사이의 간격과 문 위치를 함께 확인하면 공간 구성이 한층 분명해진다.
지붕에 숨구멍을 낸 박분섭 까치구멍집
이춘백 초가에 이어 살펴볼 가옥은 박분섭 까치구멍집이다. 널판으로 막은 벽 가운데 큰 문을 두었고, 다른 건물 사이에는 낮은 지붕을 이어 문간을 만들었다. 바깥에서는 담과 지붕이 집 안쪽을 가리지만 문을 지나면 여러 면의 건물이 마당을 향해 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박분섭 까치구멍집은 안동시 문화유산 제81호다. 본채는 정면 3칸, 측면 3칸의 아홉 칸 규모로 소개된다. 앞서 본 이춘백 초가의 ㄱ자 평면과 비교하면 안동의 초가가 한 가지 형태로만 지어진 것이 아니라 생활 여건과 공간 구성에 따라 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까치구멍집이라는 이름은 지붕 양쪽 끝에 낸 구멍에서 비롯됐다. 용마루 아래 합각 부분을 비워 집 안의 공기가 통하도록 한 구조다. 둥근 구멍이 까치둥지와 닮아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마당에서 지붕 위쪽을 바라보면 넓게 덮인 초가지붕 가운데 환기를 위한 구멍이 구분된다.
박분섭 가옥 정면에는 종이를 바른 방문 두 쌍이 놓였고, 그 위로 큰 지붕이 넓게 펼쳐진다. 처마를 길게 내린 낮은 문간과 본채의 큰 지붕 사이에는 뚜렷한 높이 차가 있다. 낮은 문간을 지나 마당에 들어서면 바깥에서 한눈에 드러나지 않았던 본채의 규모와 창호 배치가 나타난다.
한 지붕 아래 생활공간을 모은 겹집
까치구멍집은 경상북도와 태백산맥 일대에서 볼 수 있는 겹집 유형이다. 겹집은 한 지붕 아래 공간을 두 줄 이상으로 모아 배치한 집을 뜻한다. 안동 일대 산간 주거에서는 방과 부엌, 외양간 등을 가까이 두었던 방식이 건축 특징으로 남았다.
생활공간을 집 안쪽에 모으면 추운 날에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반면 취사와 난방 과정에서 생기는 연기가 빠져나갈 통로도 필요하다. 지붕 양쪽 끝의 작은 구멍에는 여러 기능을 한 건물 안에 모은 집의 환기를 보완하는 역할이 담겨 있다. 까치구멍은 눈에 띄는 장식이 아니라 집 안의 공기 흐름과 이어진 구조다.
마당을 향한 방문은 흰 종이와 짙은 목재 틀로 구성됐다. 문 아래 돌기단은 크기가 서로 다른 돌을 맞추어 쌓았으며, 기둥과 문지방은 그 위에 놓였다. 방 안쪽의 큰 사각 창 너머로는 담장과 나무가 보인다. 벽을 사이에 둔 방에는 작은 연결문도 나 있어 집 안의 이동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한쪽 문에서는 곧바로 마당으로 나갈 수 있고, 다른 자리에서는 방을 지나 바깥으로 이어진다. 마당에 면한 창호와 실내 연결문이 함께 남아 있어 외부 출입과 방 사이 이동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비교할 수 있다. 가구가 공간을 가리지 않아 창의 크기와 방의 깊이도 비교적 잘 드러난다.
방과 마루 사이에 놓인 봉당
까치구멍집 내부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말이 봉당이다. 봉당은 온돌이나 나무마루를 놓지 않은 흙바닥 공간으로, 집의 출입과 여러 작업에 쓰였다. 바깥마당과 실내 방 사이에서 신발을 신고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집 안에도 마련됐던 것이다.
전통 주택의 바닥은 방과 마루, 흙바닥이 각각 다른 역할을 맡는다. 온돌방은 바닥을 덥히고, 마루는 목재를 지면에서 띄워 놓는다. 불을 다루는 부엌은 흙으로 마감한다. 사용 목적에 따라 바닥의 높이와 재료가 달라지며, 이러한 차이가 한 가옥 안에 함께 나타난다.
방 안에는 벽지와 목재 기둥, 문턱이 드러나 있다. 문과 창의 크기, 기둥이 세워진 위치, 흙바닥과 마루의 높이를 함께 살피면 전통가옥이 생활 기능에 맞춰 세밀하게 나뉘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문을 임의로 열거나 마루에 올라서기보다 현장에서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관람해야 한다.
관람 전 확인할 운영 정보
| 구분 | 내용 |
|---|---|
| 출발 지점 | 안동시립박물관 |
| 위치 | 경상북도 안동시 민속촌길 13 |
| 본관 관람시간 |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
| 마지막 입장 | 오후 5시 30분 |
| 관람료 | 무료 |
| 휴관일 | 1월 1일, 설날 당일, 추석 당일 |
| 주차시설 | 공식 소개 기준 약 200대 |
| 관람 문의 | 안동시립박물관 대표전화 054-821-0649 |
운영 정보를 확인할 때에는 박물관 본관과 야외 가옥의 출입 범위를 구분해야 한다. 박물관 본관의 공식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마지막 입장은 오후 5시 30분이다. 관람료는 무료이고 1월 1일과 설날·추석 당일에는 휴관한다.
야외 가옥은 문이 열리는 범위와 실내 관람 가능 여부를 현장 관리 상황에 따라 확인해야 한다. 본관 관람시간을 개별 초가의 상시 개방시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 정확하다. 내부 관람이나 해설이 필요한 경우에는 방문일에 안동시립박물관 대표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두 가옥을 비교하며 걷는 방법
두 집을 함께 둘러볼 때에는 외형의 차이부터 확인하면 이해가 쉽다. 이춘백 초가는 부엌을 넓히고 광을 덧붙여 만들어진 ㄱ자형 평면이 핵심이다. 박분섭 까치구멍집은 큰 지붕 아래 여러 기능을 모은 겹집 구조와 지붕 양쪽 끝의 환기구가 중심이다.
- 이춘백 초가에서는 돌출된 광, 부엌과 마루의 연결, 서로 다른 재료로 만든 문을 살펴볼 수 있다.
- 박분섭 까치구멍집에서는 넓은 지붕, 합각 부분의 까치구멍, 마당을 향한 창호와 실내 연결문을 비교해 볼 수 있다.
- 두 가옥 모두 돌기단과 문턱, 흙바닥이 이어지므로 발밑의 높이 차를 살피며 이동해야 한다.
- 가옥의 문과 마루는 현장에서 허용된 범위 안에서 관람하는 것이 기본이다.
가족 나들이에서는 초가의 재료와 옛 생활공간을 차례로 살펴보기 좋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방문객이라면 이춘백 초가의 평면 변화와 박분섭 까치구멍집의 환기 구조를 중심으로 비교할 수 있다. 같은 초가라도 지붕 아래 공간을 나누는 방식과 살림을 확장한 과정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관람의 핵심이다.
월영교와 이어지는 민속촌길 산책
주변 일정은 안동시립박물관 본관과 월영교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다. 박물관 본관에서는 안동의 민속문화를 다룬 전시를 이어서 볼 수 있고, 월영교 쪽으로 내려가면 강변 보행로가 연결된다. 초가가 모인 언덕과 물가 산책을 한 동선 안에 담을 수 있는 지역이다.
야외박물관에서는 담장과 건물 사이의 좁은 길, 흙으로 열린 마당, 낮은 처마와 넓게 펼쳐진 지붕이 차례로 나타난다. 이춘백 초가 앞에서는 돌출된 광이 집의 윤곽을 바꾸고, 박분섭 까치구멍집 마당에서는 큰 지붕과 작은 환기구가 대비된다. 서로 가까운 두 가옥이지만 공간을 구성한 방식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이춘백 초가에서는 부엌과 광을 확장한 살림집을, 박분섭 까치구멍집에서는 넓은 지붕 아래 생활 기능을 모은 겹집을 만날 수 있다. 담장과 마루, 부엌과 문턱을 따라 걷는 짧은 초가 산책은 안동의 옛 주거와 생활 방식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