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끝에 만난 수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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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끝에 만난 수묵

붉고 노랗게 물든 가을 풍경과 미술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고 싶다면 경주 엑스포대공원과 경주 솔거미술관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솔거미술관은 넓은 공원 안에 자리해 산책과 전시 관람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경주 엑스포대공원에는 경주타워와 천마의 궁전을 비롯한 볼거리가 있으며, 곳곳에 벤치와 작은 연못도 마련돼 있다. 넓은 공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가족과 연인, 친구 단위 관람객이 여유롭게 머물기 좋다. 아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세대가 함께 찾는 가을 여행지로 활용할 수 있다.

공원 산책과 이어지는 미술관

경주 솔거미술관은 경주 엑스포대공원 안에서도 높은 지대에 있다. 걸어서 이동할 수 있지만 일부 동선에는 계단과 경사진 길이 포함돼 있다. 공원에서는 미술관 방향으로 차량을 운행하고 있어 어르신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관람객은 현장에서 운행 시간을 확인한 뒤 이용할 수 있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공원의 풍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가을에는 단풍 사이로 산책을 이어가는 관람객들이 눈에 띄며, 미술관 내부에서는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과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차분하게 공간을 나눠 쓴다.

산책이 전시장 앞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풍경과 미술 감상이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솔거미술관의 특징이다.

신진작가들이 보내는 신호

기획전시실 1관과 2관에서는 경북 신진작가 초대전인 SIGNAL 우리는 무엇을 보내고 있는가가 소개됐다. 이 전시는 완결된 결과만 바라보기보다 하나의 작품과 생각이 계속 변화하고 확장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전시장에 놓인 작품들은 정해진 결론만 제시하기보다 변화할 가능성을 품은 상태와 지속되는 시도를 보여준다.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이어지는 과정도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전시의 주제가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화려한 색감과 현대적인 디자인이 두드러지는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이 한 공간에서 이어지면서 관람객은 신진작가들이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는지 살펴볼 수 있다.

민화에 담긴 삶과 소망

전시장 1관부터 3관까지는 권정순 작가의 2026 동시대 미술기획전 제2부가 열린다. 전시 기간은 2026년 10월 3일부터 2027년 3월 7일까지다.

권정순 작가는 민화의 화려한 주제와 색채를 바탕으로 책가도와 어해도, 화조도를 선보인다. 세 갈래의 작품은 옛사람들의 일상과 바람을 서로 다른 소재로 풀어낸다.

작품 유형담아낸 의미
책가도지식과 학문을 향한 열망
어해도자유와 출세를 바라는 마음
화조도따뜻함과 행복을 향한 정서

민화는 서민의 삶과 소망, 정서를 담아온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학문과 출세, 행복을 바랐던 선조들의 염원이 세 종류의 민화를 통해 펼쳐진다. 전통적인 소재에 생동감 있는 색채와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져 고전 회화의 정서를 비교적 친숙하게 접할 수 있다.

책과 물고기, 꽃과 새는 단순한 장식 소재를 넘어 더 나은 삶을 바랐던 사람들의 희망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작품 가까이에서 화려한 색채와 붓의 표현을 살피며 민화가 지닌 활력을 확인할 수 있다.

먹으로 펼친 소산수묵

전시장 4관과 5관에서는 한국 수묵화의 거장으로 소개되는 소산 박대성 화백의 기증작가 상설전과 소산수묵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 가운데 하나는 한쪽 벽면을 크게 채운 코리아판타지다.

코리아판타지는 한반도의 자연과 역사를 웅장한 화면에 담은 작품이다. 압축적인 화면 구성 속에서 한국 산수의 특징이 드러나며, 먹의 짙고 옅은 변화와 힘 있는 필선은 바위와 산의 거친 질감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박대성 화백의 작품에서는 손가락 마디로 붓을 단단히 쥐는 발등칠법이 활용된다. 가느다란 붓끝에서 뻗어 나오는 강한 힘은 화면에 역동성을 더한다. 한국적인 붓과 먹을 중심에 두면서도 서양화의 요소를 자유롭게 결합한 구성이 함께 나타난다.

전통 수묵화와 현대미술의 표현이 만나는 작품들은 자유분방한 기운과 묵직한 무게감을 동시에 전한다. 자연과 어우러진 친환경 공간을 지향하는 솔거미술관의 구조도 수묵 작품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룬다.

작품 밖으로 이어지는 풍경

솔거미술관에서는 전시 작품뿐 아니라 통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도 주요 관람 요소가 된다. 넓은 창 앞에 서면 미술관 바깥의 자연이 하나의 화면처럼 펼쳐진다.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을 담을 수 있어 이곳은 관람객들이 자주 찾는 사진 촬영 지점으로도 알려져 있다.

전시장 안에서는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 잠시 멈춰 먹의 질감과 색채를 살펴보고, 통창 앞에서는 공원 풍경을 조용히 바라본다. 엄격하게 침묵만을 요구하는 분위기보다는 동행인과 적당히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과 공간을 함께 경험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솔거미술관의 관람은 벽에 걸린 작품에서 끝나지 않는다. 창문 너머 계절의 풍경까지 전시 동선의 일부처럼 이어진다.

함께 둘러볼 공원 공간

경주 엑스포대공원에서는 솔거미술관과 함께 또봇전시관과 공룡의 발자취를 다루는 자연사박물관도 둘러볼 수 있다. 볼거리가 공원 곳곳에 나뉘어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동하면 산책과 관람을 보다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저녁에는 야간 할로윈 축제인 펌킨나잇도 운영된다. 호박 장식과 조명이 어우러진 공간은 낮과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낮에는 단풍과 전시를 중심으로 둘러보고, 저녁에는 조명이 더해진 공원의 모습을 살피는 방식으로 일정을 구성할 수 있다.

관람 장소 안내

  • 시설명 경주 솔거미술관
  • 위치 경상북도 경주시 경감로 614 경주 엑스포대공원 안
  • 주요 전시 공간 기획전시실 1관과 2관, 전시장 1관부터 5관
  • 이동 참고 미술관까지 도보 이동이 가능하며 계단과 경사진 구간이 있다. 공원에서 운행하는 차량의 시간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주 엑스포대공원과 솔거미술관은 자연 속 산책, 현대적인 신진작가 작품, 전통 민화와 수묵화를 한 동선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장소다. 단풍길을 따라 이동한 뒤 전시장에 들어서면 화려한 민화와 힘 있는 수묵이 차례로 관람객을 맞는다. 가을 풍경과 문화예술을 함께 살피려는 이들에게 공공 문화공간의 장점을 보여주는 경주의 미술 관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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