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위에 핀 고운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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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위에 핀 고운문화제

대형 산불의 상처를 딛고 제4회 고운사 고운문화제가 2년 만에 다시 열렸다. 지난해 산불로 고운사도 큰 피해를 보면서 축제가 열리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본사와 말사가 함께 참여해 회복과 치유의 뜻을 나눴다.

기존 최치원문화제와 사찰음식축제로 알려졌던 행사는 올해부터 고운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축제의 중심 주제는 ‘고운사찰음식축제 한 그릇의 공양 한 그루의 나무’였다. 사찰음식과 전통문화, 산림 자연 복원의 의미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 자리였다.

바라춤으로 연 축제

고운문화제는 동환 스님의 고유제 바라춤으로 힘차게 막을 올렸다. 이어진 개막식에서는 산불의 아픔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나무에 물을 주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물을 받은 나무에 꽃이 활짝 피어나는 장면을 통해 고운사와 주변 숲의 회복을 기원하는 뜻을 표현했다.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도 퍼포먼스를 지켜보며 한마음으로 따뜻한 염원을 모았다.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에서 그치지 않고, 화마가 남긴 상처를 돌아보며 다시 일어서는 고운사를 응원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대웅전 앞 체험마당

대웅전 앞마당에는 남녀노소가 참여할 수 있는 여러 체험 부스가 마련됐다. 주요 프로그램은 손잡이가 달린 전통 등 만들기와 뜨개 체험, 의성 마늘을 넣은 천연 비누 만들기였다.

마늘 천연 비누 만들기는 의성을 대표하는 특산물인 마늘을 활용한 체험이었다. 은은한 마늘 향과 고운 색감을 살린 비누를 직접 완성할 수 있어 지역의 특색과 만들기의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뜨개 체험 공간에서는 어르신들이 능숙한 솜씨로 작품을 만들어 냈다. 손끝을 따라 형태를 갖춰 가는 뜨개 작품은 체험 참가자뿐 아니라 곁에서 지켜보는 관람객들의 눈길도 끌었다.

전통 등 만들기에서는 한지 등에 원하는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려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체험장에 전시된 완성 작품들은 각기 다른 색과 귀여운 그림으로 꾸며져 축제 공간에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더했다.

긴 줄이 증명한 사찰음식

개막식이 끝난 뒤에는 많은 관람객이 기다렸던 사찰음식 시식이 시작됐다. 시식 공간 앞에는 끝이 쉽게 보이지 않을 만큼 긴 줄이 이어져 사찰음식을 향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날 차려진 음식에는 부석사와 축서사의 삼색비빔밥이 포함됐다. 당근과 호박, 콩나물이 어우러진 비빔밥은 서로 다른 색의 재료가 조화를 이뤘다. 고운사의 겨자야채버무리는 새콤달콤한 맛을 냈고, 매콤한 표고버섯강정은 바삭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더했다.

후식으로는 보늬밤과 오미자차가 제공됐다. 여러 음식은 조금씩 나뉘어 담겼지만 한 상을 모두 맛보면 든든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다채롭게 구성됐다. 정성스럽게 마련된 음식은 맛과 건강을 함께 생각한 사찰음식의 특징을 보여줬다.

사찰음식 시식과 함께 도토리묵 만들기와 두부 만들기 체험도 무료로 운영됐다. 음식과 잘 어울리는 도토리묵과 두부를 직접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에도 긴 대기 줄이 형성될 만큼 관람객의 참여가 이어졌다.

최치원의 정신을 되새기다

고운문화제에서는 최치원 선생의 인백기천 정신을 살펴보는 토크 콘서트도 열렸다. 김현탁 박사가 관련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냈으며, 뒤이어 마련된 질의응답을 통해 관람객들이 내용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문화 체험과 사찰음식뿐 아니라 고운사가 품은 역사적 의미를 되짚는 프로그램이 함께 마련되면서 축제의 주제도 한층 선명해졌다.

연수전 입구에 흐른 음악

산불로 전소되는 아픔을 겪은 연수전 입구에서는 음악 연주회가 펼쳐졌다. 연주에는 숲의 아픔이 치유되고 자연이 온전히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화재의 흔적이 남은 공간에 음악이 흐르면서 회복을 기원하는 축제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행사장에는 고운사의 산림 자연 복원 프로젝트를 살펴볼 수 있는 참여 부스도 운영됐다. 관람객들은 복원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을 알아보고, 그 의미를 담은 4행시를 지으며 고운사 숲의 회복을 함께 응원했다.

지역의 정취를 담은 장터

사찰로 들어오는 길목 중앙 부근에는 작은 플리마켓 공간이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꿀과 전통 공예품, 천아트 작품, 신선한 의성 농특산물 등을 선보였다.

전통문화와 지역 농산물이 한자리에 놓이면서 관람객들은 축제를 둘러보는 동시에 의성의 다양한 생산물도 접할 수 있었다. 체험과 공연, 먹거리뿐 아니라 지역의 특색을 살린 장터가 더해져 행사장의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이틀간 이어진 회복의 응원

축제 첫날은 가수 박서진과 최예림, 정수라의 축하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여러 프로그램으로 이어진 하루의 마지막 무대에서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며 현장의 열기를 높였다.

둘째 날에는 사찰음식 시식과 함께 고운사 천년숲을 맨발로 걷는 체험이 진행됐다. 관람객들은 천년숲을 걸으며 고운사의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고운사 주변에는 아직 화마가 남긴 검은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관람객이 고운사를 찾아 따뜻한 위로를 건넸고, 숲과 사찰이 아픔을 이겨 내고 회복하기를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제4회 고운문화제는 한 그릇의 공양과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 나눔과 회복의 뜻을 전한 축제였다. 올해 행사는 막을 내렸지만 내년에도 알찬 프로그램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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