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은행나무의 가을

안동의 가을을 밝히는 노란 풍경
가을이 깊어지면 안동 곳곳에서는 단풍과 은행나무가 계절의 색을 드러낸다. 월영공원과 봉정사, 하회마을, 광흥사 등이 가을 명소로 꼽히는 가운데, 길안면의 용계리 은행나무도 빼놓기 어려운 곳이다.
용계리 은행나무는 계절이 가을로 향할수록 가지마다 환한 은행잎을 매단다.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노랗게 물드는 모습은 안동의 대표적인 가을 풍경 가운데 하나다.
임하호를 따라 이어지는 한적한 길
용계리 은행나무는 안동 시내에서 떨어진 외곽에 자리한다. 자동차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한동안 달려야 하지만, 비교적 한적한 도로와 잔잔한 임하호의 풍경이 이동 시간에 운치를 더한다.
도로 양옆에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이어진다. 목적지에 닿기 전부터 노란빛으로 변해 가는 잎을 곳곳에서 볼 수 있어, 이동 과정 자체가 가을 드라이브의 한 장면을 이룬다.
10월 말 물들기 시작한 은행잎
2026년 10월 27일 용계리 은행나무 주변에서는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게 관찰됐다. 진입부의 은행나무와 용계리 은행나무 후계목은 이미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상태였다.
다만 중심에 선 용계리 은행나무는 대체로 푸른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부 잎에서는 노란 기운이 번지며 가을빛으로 바뀌는 과정이 나타났다. 주변 나무가 먼저 노란색을 띠고, 오래된 거목은 조금 늦게 색을 바꾸는 풍경이 대비를 이뤘다.
5월에 관찰된 용계리 은행나무의 짙푸른 잎과 비교하면 색의 차이는 분명하다. 초록빛이 짙었던 잎은 10월 말에 이르러 서서히 노란빛을 품으며 계절의 흐름을 보여준다.
700년 세월을 품은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는 오랜 세월 생존해 온 특성 때문에 흔히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천연기념물 제175호 용계리 은행나무 역시 수령이 700년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용계리 은행나무가 특별한 이유는 오래된 나이뿐만이 아니다. 임하댐 건설 당시 마을과 함께 수몰될 위기에 놓였지만, 나무를 보존하기 위한 대규모 공사를 거쳐 현재의 자리를 지키게 됐다.
당시에는 나무 주변에 인공섬을 조성하고, 원래 나무가 있던 자리에서 약 15미터 높이까지 흙을 쌓은 뒤 나무를 위쪽으로 옮기는 공사가 진행됐다. 오랜 시간과 노력, 많은 예산이 투입된 작업이었다.
수몰 위기를 넘어 보존된 거대한 은행나무는 지금도 깊은 뿌리와 강한 생명력을 드러내고 있다. 대대적인 공사를 견딘 뒤에도 계절마다 잎을 틔우고 색을 바꾸는 모습은 오랜 세월 이어진 생명의 무게를 보여준다.
고요한 물가에서 만나는 거목
은행나무가 자리한 주변은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와 수면 위로 물새가 날아오르는 소리가 간간이 정적을 깨운다.
방문객들은 커다란 나무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곳곳에서 거목을 바라볼 수 있다. 넓게 뻗은 가지와 굵은 줄기, 물가의 잔잔한 풍경이 어우러져 조용히 머물기 좋은 공간을 만든다.
노란색으로 물드는 후계목과 푸른빛을 남긴 고목이 함께 서 있는 10월 말의 풍경은 가을이 깊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전한다. 용계리 은행나무는 화려한 시설보다 오랜 나무와 자연의 고요함에 집중할 수 있는 안동의 가을 명소다.
용계리 은행나무 장소 정보
| 명칭 | 용계리 은행나무 |
|---|---|
| 지정 | 천연기념물 제175호 |
| 추정 수령 | 700년 이상 |
| 소재지 | 경상북도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744-1 |
| 주변 경관 | 임하호와 은행나무 가로수, 한적한 도로 |
가을철 용계리 은행나무를 찾는 길에서는 임하호와 가로수의 단풍을 함께 볼 수 있다. 현장에서는 나무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오랜 세월을 견딘 거목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은행잎의 색을 살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