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문화제 전통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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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문화제 전통을 잇다

전통문화의 보존과 지역 공동체의 화합을 함께 조명한 제40회 의성문화제가 의성종합운동장에서 펼쳐졌다. 행사는 ‘의로운 성, 의성 홍술 전통과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2026년 10월 11일까지 열렸다. 전시와 전통 의례, 역사 체험, 생활문화 프로그램, 공연과 먹거리가 한자리에 마련돼 의성의 과거와 현재를 폭넓게 보여줬다.

전통의 정취를 담은 문화마을

행사장에 들어서면 옛 고택을 떠올리게 하는 문화마을이 관람객을 맞았다. 포근하고 정겨운 공간 안에는 주민과 지역 문화예술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빠르게 지나가는 축제 공간이라기보다 잠시 걸음을 늦추고 의성의 문화적 정서를 살펴보는 장소에 가까웠다.

마음을 치유한다는 의미를 담은 시화전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시들이 소개됐다. 화려한 표현보다 일상에서 길어 올린 감정과 생각이 작품의 중심을 이뤘다. 관람객들은 한 편씩 글을 읽으며 작품에 담긴 마음과 삶의 장면을 차분히 마주했다.

서각 작품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나무에 글귀를 새겨 완성한 작품마다 제작자의 정성과 손길이 드러났다. 글자의 뜻과 나무의 질감, 정교하게 다듬어진 형태가 어우러지면서 전통 예술 특유의 깊이와 멋을 전했다. 시화와 서각은 주민의 삶과 생각이 지역 문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군민의 안녕을 기원한 사직제

운동장에서는 다양한 체험 부스 운영에 이어 사직제 봉행이 진행됐다. 사직제는 의성 군민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 전통 의례다. 엄격한 유교 예법에 따라 제사를 지내고 술을 올린 뒤 축문을 낭독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절도 있는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은 전통 의례를 지켜보는 관람객들로 차분한 분위기를 이뤘다. 사직제 봉행은 점차 잊힐 수 있는 유교문화를 보존하는 동시에 군민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자리로 마련됐다. 과거의 의례를 오늘의 문화제에서 재현함으로써 지역의 역사와 공동체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한다는 의미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홍술 장군의 역사를 만난 체험장

홍술장군군영체험장에서는 의성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한 공간을 살펴볼 수 있었다. 홍술 장군은 신라 말 농민 봉기를 계기로 세력을 키워 의성부의 성주 장군이 된 인물이다. 929년 후백제군과 싸우다 전사했으며, 이후 의성 주민들은 그를 마을을 지키는 성황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며 공적을 기렸다.

군영체험장은 이러한 홍술 장군의 이야기와 지역에 전해진 기억을 문화제 현장에서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의성의 전통을 단순히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적 배경과 함께 이해하도록 한 점이 행사의 주제와 맞닿았다.

기록으로 돌아본 의성의 생활사

의성문화원 아카이브 부스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이르는 마을 풍경과 주민들의 생활 장면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오래된 기록들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 지역의 모습과 의성문화원으로 이어진 문화의 시간을 차분히 보여줬다.

과거 생활에서 사용됐던 방앗간 관련 도구와 탈곡기, 절구도 전시됐다. 기성세대에게는 어린 시절과 농촌의 일상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이었고, 이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낯설고 흥미로운 체험 대상이 됐다. 어린이들은 도구를 직접 만져보고 사용 모습을 살피며 이전 세대의 생활 방식을 경험했다.

사진과 생활 도구를 함께 배치한 아카이브 부스는 의성의 역사가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형성됐다는 사실을 알기 쉽게 전달했다. 세대마다 전시물을 바라보는 기억과 시선은 달랐지만, 한 공간에서 지역의 시간을 공유한다는 점은 같았다.

차와 사진 목공으로 채운 체험

다도회 부스 주변에는 은은한 차향이 퍼졌다. 정갈하게 차려진 차와 음식은 다도 문화의 단정한 형식과 분위기를 보여줬다. 관람객들은 차림새를 살펴보며 행사장 안에서 잠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관 부스에서는 자매와 친구,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다양한 모양의 안경을 쓰고 촬영했다. 함께 자세를 맞추고 사진을 남기는 과정에서 웃음이 이어졌으며, 문화제의 한 장면을 기록하려는 관람객들의 발길도 계속됐다.

무료 목공 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은 지도자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만들었다. 재료를 다루고 형태를 완성하는 과정에 집중했으며, 직접 만든 결과물을 확인한 뒤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보고 듣는 관람을 넘어 손으로 전통과 생활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지역 먹거리와 쉼터의 풍경

먹거리 부스에는 벌람골, 진참치, 제일식육식당, 안계장터수제어묵, 한빵울, 새콤달콤 청춘 사업단, 의성한식뷔페, 먹거리장터발전소 등이 참여했다. 관람객들은 각 부스에서 음식을 구매한 뒤 취식 공간과 쉼터에 모여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먹거리 공간은 전시와 체험을 둘러본 사람들이 쉬어가는 장소이자 가족과 이웃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만남의 장이 됐다. 여러 부스에서 준비한 음식이 문화제의 다채로움을 더했고, 쉼터에는 함께 음식을 나누며 행사를 즐기는 모습이 이어졌다.

공연으로 완성된 화합의 무대

문화예술단체의 공연과 축하 무대도 계속됐다. 공연은 전시와 체험 중심의 행사에 활기를 더하며 관람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무대 주변에는 공연을 지켜보는 군민과 방문객들이 모였고, 행사장은 전통문화와 현대의 축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채워졌다.

제40회 의성문화제는 사직제와 홍술 장군의 역사, 주민들의 생활 기록, 시화와 서각, 다도와 목공 체험, 공연과 먹거리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했다. 오랜 세월 이어진 의성의 전통문화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그 가치와 의미를 여러 세대가 함께 나누는 화합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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