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리항 풍어제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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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리항 풍어제의 귀환

2026년 10월 26일, 포항 이가리항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마을 풍어제가 다시 펼쳐졌다. 마을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잊혀 가는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추진한 ‘마을 아카이브’ 사업의 1차년도 성과를 주민들과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번 사업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로 기획사업’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무용과 문학, 미술, 영화, 사진, 음악 등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이가리 마을에 오랜 세월 축적된 기억과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예술로 기록한 이가리 마을

참여 예술가들은 마을 곳곳을 살펴보며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일상에서 늘 마주해 익숙해진 풍경부터 주민들의 삶 속에 남은 기억까지, 이가리항이 간직한 다양한 모습을 예술의 언어로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마을 아카이브는 오래된 사진이나 자료를 단순히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가리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을 기록하고, 시간이 지나며 희미해지거나 사라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과정이다.

평범해 보이는 마을 풍경도 그곳에서 살아온 주민의 기억과 만나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오래된 이야기 하나는 마을의 과거를 이해하는 단서가 되고, 한 사람의 기억은 공동체가 함께 간직할 역사로 확장된다. 예술가들의 기록은 이처럼 마을 안에 흩어진 작은 이야기들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데서 출발했다.

한동안 멈췄던 풍어제

성과공유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한동안 중단됐던 이가리 마을 풍어제의 재현이었다. 풍어제는 바다로 나가는 어민들의 안전과 마을의 안녕, 풍성한 어획을 기원하는 전통 의례다. 바다와 더불어 살아온 주민들에게는 오랜 기간 이어진 중요한 공동체 행사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민 수가 줄고 행사를 치르는 데 필요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이가리 마을의 풍어제는 더 이상 계속되지 못했다. 해마다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던 자리가 사라진 것은 행사 하나가 중단된 것보다 더 큰 의미를 지녔다.

이번 풍어제는 주민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예술가들과 사업단이 함께 준비했다. 과거 마을에서 이어졌던 의례의 의미를 되짚고, 주민들이 기억하는 풍어제를 오늘의 시간과 공간에서 다시 마주할 수 있도록 현장에 재현했다.

오랫동안 멈춰 있던 전통이 이가리항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풍어제는 과거의 기억에만 머무르지 않게 됐다. 현장에서는 주민과 참석자들이 되살아난 마을 의례를 함께 지켜봤고, 이가리항에 축적된 삶의 이야기가 현재의 문화로 이어지는 모습이 펼쳐졌다.

기억을 다음 세대로 잇다

이가리 마을에 남은 역사와 경관, 문화와 인물에 관한 기록은 앞으로 마을의 주요 자산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폐교된 구 이가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조성할 마을박물관의 전시 자료로 활용하고, 이가리항을 찾는 사람들에게 마을 이야기를 전하는 여행·관광 콘텐츠로도 발전시킬 계획이다.

마을박물관은 흩어져 있던 기록과 주민들의 기억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공간으로 계획됐다. 예술가들이 수집하고 표현한 마을의 역사와 풍경, 주민들의 삶에 관한 자료가 전시로 이어지면 방문객들은 이가리항을 단순한 항구가 아니라 여러 세대의 이야기가 쌓인 생활 공간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여행·관광 콘텐츠 역시 마을의 실제 기억과 기록을 토대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가리항의 경관과 함께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마을이 간직한 문화적 의미를 알리는 데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주민과 함께 나눈 첫 성과

이번 행사에는 지역 시·도의원과 마을 주민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마을 아카이브 사업이 1차년도에 진행한 활동과 기록을 함께 살펴보고, 재현된 풍어제를 통해 이가리 마을의 전통과 공동체 기억을 공유했다.

사라졌던 풍어제의 재현은 잊혀 가던 마을의 기억도 기록과 관심을 통해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주민들의 구술과 예술가들의 작업이 만나면서 개인의 기억은 마을이 함께 나눌 수 있는 기록으로 남게 됐다.

이가리항의 기록 작업은 이번 성과공유회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마련한 자료는 앞으로 조성할 마을박물관과 여러 문화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형태로 이어질 예정이다. 마을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을 보존하면서 지역의 문화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과정도 계속된다.

과거의 기억에서 미래의 자산으로

마을 아카이브 사업은 이미 존재하지만 미처 주목받지 못했던 이가리의 풍경과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주민에게는 삶의 터전에 남은 기억을 되짚는 시간이었고, 예술가들에게는 마을의 작은 흔적을 문화적 기록으로 옮기는 과정이었다.

한때 중단됐던 풍어제가 주민들의 기억을 토대로 다시 열린 것처럼, 마을 곳곳에 남은 이야기 역시 기록을 통해 현재와 연결될 수 있다. 이가리 마을의 역사와 경관, 문화와 인물에 관한 자료는 마을박물관 전시와 여행·관광 콘텐츠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만날 전망이다.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쌓아 올린 기록은 이가리항의 과거를 보존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마을을 준비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1차년도 성과를 나눈 이번 자리는 오래된 전통을 현재에 되살리고, 공동체의 기억을 다음 세대로 전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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