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너머 한의학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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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너머 한의학을 만나다

경상북도 경산시 대구한의대학교에는 전통 한옥의 건축미와 우리나라 한의학의 역사, 지역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교내에 조성된 한학촌과 대구한의대학교 박물관이다.

한학촌에서는 누각과 서당, 정사 등 전통 건축물이 지닌 의미를 차례로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한의학 관련 기구와 의서, 국내외 약재, 지역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까지 관람 범위가 넓어진다. 두 공간은 전통문화와 한의학, 경산을 비롯한 지역의 역사를 서로 연결해 이해하도록 돕는다.

한학촌과 박물관 위치

구분내용
시설대구한의대학교 삼성캠퍼스 한학촌 및 대구한의대학교 박물관
위치경상북도 경산시 한의대로 1
문의대구한의대학교 박물관 053-819-1148

한학촌은 지형의 높낮이를 따라 건물을 배치한 공간이다. 아래쪽의 현통각을 통과해 계단을 오르면 잔디마당과 자강사, 후덕당이 나타나고, 다시 위로 올라가면 한계정사와 일심서당을 만날 수 있다. 가장 높은 자리에는 삼성전이 들어서 있다.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위쪽으로 이동하며 각 건물의 역할과 이름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게 된다.

한학촌의 첫 관문 현통각

한학촌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물은 대문 역할을 하는 현통각이다. 한자로는 현통각(玄通閣)이라 쓰며, 이름에는 ‘북에서 남으로 통하는 문’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현통각은 일반적인 출입문과 달리 2층 누각 형태로 조성됐다. 축대의 높이에 맞춰 세운 18개의 육중한 돌기둥 위에 건물을 올렸고, 둘레에는 계자난간을 설치했다. 돌기둥이 건물을 받치는 묵직한 하부 구조와 난간을 두른 누각의 상부가 어우러지면서 전통 누각 특유의 건축미를 드러낸다.

현통각 아래에서는 한학촌의 높은 지대까지 이어지는 동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문을 지나 계단을 따라 오르는 과정 자체가 한학촌의 공간 구성을 이해하는 첫 단계다. 누각의 기둥 사이로 열린 통로는 건물 안과 밖을 이어주며, 방문객을 잔디마당과 여러 한옥이 있는 중심부로 이끈다.

잔디마당을 마주한 두 공간

현통각에서 첫 번째 계단길을 따라 올라가면 넓은 잔디마당이 펼쳐진다. 마당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자강사, 오른쪽에는 후덕당이 서로 마주 보고 자리한다. 두 건물은 이름에 담긴 뜻이 서로 다르면서도 학문과 덕을 함께 중시하는 한학촌의 성격을 보여준다.

자강사(自彊舍)는 ‘자강불식(自彊不息)’이라는 성어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스스로 학문에 힘써 자신을 가다듬고 쉼 없이 정진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학문에 임하는 태도와 꾸준한 수양의 가치를 건물 이름으로 표현한 것이다.

맞은편의 후덕당(厚德堂)은 어질고 착한 행실로 덕을 쌓으라는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자강사가 끊임없는 배움과 정진을 상징한다면, 후덕당은 바른 행실과 덕의 축적을 강조한다. 넓은 잔디마당을 사이에 두고 두 건물이 마주 선 모습은 배움과 인품을 함께 살펴보게 한다.

전통 한옥에 더한 문화 기능

자강사와 후덕당은 건축물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후덕당은 다양한 종류의 전통차를 맛볼 수 있는 다실로 운영된다. 한옥 공간에서 차를 접할 수 있도록 꾸며져 건물의 전통적인 분위기와 다실의 기능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자강사는 뮤지엄숍과 갤러리로 쓰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방 브랜드 제품과 전통을 주제로 한 상품을 만날 수 있다. 갤러리 기능도 함께 갖춰 한옥의 의미를 현대적인 문화 활동과 연결한다.

두 건물이 실제 이용 공간으로 운영된다는 점은 한학촌의 특징을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한옥의 외형과 명칭을 관찰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통차, 한방 제품, 전통 테마 상품과 문화 전시를 통해 공간의 쓰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옛 건물을 되살린 한계정사

잔디마당에서 두 번째 계단길을 오르면 전면 5칸 규모의 큰 한옥 두 채가 나란히 나타난다. 왼쪽에는 한계정사, 오른쪽에는 일심서당이 자리한다.

한계정사(寒溪精舍)는 한학촌 조성의 계기가 된 건물이다. 옛 건물을 현재 자리로 이전해 복원했으며, 교수들의 연구와 수양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정사’라는 이름과 연구·수양의 기능이 맞물려 학문을 깊이 탐구하는 장소의 성격을 보여준다.

건물 전면이 5칸에 이르는 만큼 아래쪽의 자강사와 후덕당을 지난 뒤에는 보다 크고 안정감 있는 한옥의 인상을 전한다. 나란히 자리한 일심서당과 함께 학문을 연구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공간의 흐름을 형성한다.

학생의 면학을 위한 일심서당

한계정사 오른쪽의 일심서당(一心書堂) 역시 옛 건물을 이전하고 복원한 한옥이다. 이곳은 학생들의 면학 증진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된다.

한계정사가 교수들의 연구와 수양을 위한 곳이라면, 일심서당은 학생들의 배움을 북돋우는 역할을 맡는다. 두 건물은 규모와 배치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이용 대상과 기능은 구분된다. 한학촌이 전통 건축을 보존하는 공간인 동시에 대학 구성원의 연구와 학습을 지원하는 장소라는 점도 이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통각에서 시작해 자강사와 후덕당을 거쳐 한계정사와 일심서당에 이르는 길은 학문과 수양, 덕목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건물마다 담긴 뜻을 알고 둘러보면 한학촌의 배치가 단순한 한옥의 나열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선명해진다.

가장 높은 곳의 삼성전

한학촌에서 가장 높은 곳에는 삼성전이 자리한다. 삼성전(三聖殿)은 강학 공간의 중심 건물로, 경산을 대표하는 세 성현인 원효와 설총, 일연의 위업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학촌의 아래쪽에서 계단을 따라 순서대로 건물을 둘러본 방문객은 마지막 높은 지점에서 삼성전을 만나게 된다. 현통각이 한학촌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면 삼성전은 공간의 의미가 모이는 중심점에 해당한다.

세 성현을 기리는 뜻이 건물의 명칭과 역할에 반영돼 있어 한학촌이 전통 한옥을 감상하는 장소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학문을 닦고 덕을 쌓으며 연구와 면학을 이어가는 각 공간의 의미는 삼성전에서 지역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기억으로 연결된다.

한의학의 흐름을 담은 박물관

한학촌 관람을 마친 뒤 대구한의대학교 박물관으로 이동하면 우리나라 한의학과 지역의 역사문화를 더욱 깊게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은 크게 한의자료 전시실, 약재 전시실, 고고역사 전시실의 세 전시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공간 외에는 유물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항온·항습실과 정리보관실 등을 갖추고 있다. 관람객에게 공개되는 전시뿐 아니라 유물의 보존과 정리를 위한 시설도 함께 마련한 것이다.

  • 한의자료 전시실에서는 전통 한의학 관련 기구와 의서를 살펴볼 수 있다.
  • 약재 전시실에서는 국내와 중국 등 여러 지역에서 수집한 한의 약재를 확인할 수 있다.
  • 고고역사 전시실에서는 지역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을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도구와 의서로 읽는 전통 의학

한의자료 전시실에는 우리나라 전통 한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전시물은 쓰임에 따라 채집기구, 치료기구, 조제기구, 보관기구 등으로 체계적으로 분류돼 있다.

채집부터 치료, 조제와 보관에 이르는 구분은 한의학이 실제로 활용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각각의 기구가 어떤 기능을 담당했는지 비교하며 관람할 수 있어 전통 의료문화의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 의학의 지식을 문자로 기록한 의서도 중요한 전시물이다. 대표적인 자료인 동의보감을 비롯해 한의서류 약 20점을 살펴볼 수 있다. 치료에 활용된 기구와 지식을 기록한 책이 한 공간에 전시돼 있어 한의학의 실용적인 측면과 학문적인 측면을 함께 보여준다.

여러 종류의 약재를 분류하고 보관하는 데 사용된 약장 6점도 전시돼 있다. 약장은 약재를 종류별로 나눠 관리했던 방식을 보여주는 자료다. 기구와 의서, 약장을 차례로 살펴보면 약재를 다루고 처방에 활용하기까지 필요한 여러 요소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400여 종을 모은 약재 전시실

두 번째 공간인 약재 전시실에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여러 지역에서 수집한 400여 종의 한의 약재가 전시돼 있다. 많은 종류의 약재를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전시실의 핵심이다.

약재는 생김새가 서로 다르고 일반 관람객에게는 이름이나 특성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전시실에는 관람객이 약재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한 생약초 표본도 함께 마련돼 있다.

약재와 생약초 표본을 함께 살펴보면 한의자료 전시실에서 확인한 채집·조제·보관기구의 쓰임도 보다 구체적으로 연결된다. 전통 의학의 기록과 도구에 이어 실제 약재 자료까지 관람하면서 한의학 문화를 폭넓게 살펴볼 수 있다.

발굴 유물로 만나는 지역사

마지막 고고역사 전시실은 한의학의 범위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조명한다. 전시는 대구한의대학교 박물관이 직접 발굴 조사한 성주 명포리 유적과 도성리 유적 등에서 출토된 유물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출토 유물은 해당 지역에 남아 있던 역사와 생활문화의 흔적을 보여준다. 박물관이 직접 수행한 발굴 조사 결과를 전시로 이어감으로써 관람객이 지역 문화유산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전시실은 앞선 두 공간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한의자료 전시실과 약재 전시실이 전통 의학의 지식과 도구, 재료를 다룬다면 고고역사 전시실은 유적과 출토 유물을 통해 지역사의 범위를 넓힌다. 세 전시실을 모두 관람하면 한의학과 지역문화라는 박물관의 두 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전통과 지역사를 잇는 관람

한학촌과 대구한의대학교 박물관은 전통 건축, 학문과 수양의 가치, 한의학의 역사, 지역 문화유산을 한 동선 안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먼저 한학촌에서 현통각과 자강사, 후덕당, 한계정사, 일심서당, 삼성전을 순서대로 살펴본 뒤 박물관의 세 전시실을 관람하면 각 공간의 성격을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한학촌에서는 18개의 돌기둥 위에 세운 누각과 계자난간, 잔디마당을 마주한 한옥, 이전·복원된 옛 건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자강사와 후덕당에서는 학문에 힘쓰고 덕을 쌓는다는 이름의 뜻을 되새길 수 있으며, 한계정사와 일심서당에서는 연구와 면학을 위한 실제 쓰임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에서는 채집·치료·조제·보관기구를 비롯해 동의보감 등 약 20점의 한의서류, 약장 6점, 국내외에서 수집한 400여 종의 약재와 생약초 표본을 차례로 관람할 수 있다. 이어 성주 명포리 유적과 도성리 유적 등에서 출토된 유물을 통해 지역의 역사까지 살펴보게 된다.

경산에서 우리 전통문화와 한의학의 역사, 지역 문화유산을 함께 확인하려는 관람객이라면 두 공간을 연계해 둘러볼 만하다. 전통 한옥의 조형미에서 시작한 관람은 한의학의 지식과 생활 도구를 지나 발굴 유물이 전하는 지역의 역사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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