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에서 만난 우륵의 소리

경북 고령에서 가야금의 역사와 울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고령군 대가야읍 쾌빈리 162번지에 자리한 우륵박물관과 인근 소리체험관이다. 우륵박물관은 악성 우륵의 생애와 가야금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는 전국 유일의 가야금 테마 박물관이다. 전시 관람에 더해 악기의 구조와 제작 과정, 우리 전통음악의 흐름을 살필 수 있으며 소리체험관에서는 다양한 현악기와 일상의 소리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다.
가야금을 연주하는 우륵
우륵박물관 앞에는 가야금을 연주하는 우륵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상 아래 검은 돌에는 ‘우륵 6세기 대가야’라는 글이 새겨져 있어 이곳이 우륵과 대가야의 음악 문화를 다루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박물관 안에 들어서면 먼저 ‘가야금을 연주하는 우륵’이라는 제목의 입체 부조 작품을 마주한다. 깊은 산속에서 가야금 연주에 몰두한 우륵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연주에 집중한 인물과 산의 풍경이 입체적으로 어우러지며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관람시간과 휴관일
| 구분 | 운영 내용 |
|---|---|
| 관람료 | 무료 |
| 3월부터 10월 |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
| 11월부터 2월 |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단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제외 |
| 소재지 |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쾌빈리 162번지 |
나무와 부속에 담긴 가야금의 구조
전시장 오른쪽에서는 가야금에 쓰이는 재료와 부속을 살펴볼 수 있다. 가야금 한 대에는 오동나무와 밤나무, 장미나무가 사용된다. 하나의 악기를 완성하기 위해 성질이 다른 여러 나무가 함께 쓰인다는 점을 전시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가야금 부속의 이름도 눈길을 끈다. 줄을 받치는 안족은 기러기 안과 발 족을 쓴다. 양이두는 양 양과 귀 이, 머리 두로 구성된 이름이다. 생소해 보이는 명칭도 한자의 뜻과 실제 모양을 함께 살피면 악기의 구조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우륵박물관은 우륵의 생애와 가야금의 세계를 쉽게 이해하고 가야금 제작 과정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우륵과 가야금’ 테마 박물관이다.
대가야 음악 문화의 뿌리
고대 음악의 세계 코너에는 악기와 춤에 관한 토우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장 벽에는 ‘고령 대가야 음악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제목 아래 고대 한반도 유적에서 발견된 음악 관련 유물의 사진이 이어진다. 남아 있는 유물과 복원 악기를 통해 당시 음악 문화의 모습을 살피도록 구성했다.
전시에서는 우륵이 창제한 가야금을 기존 여러 악기를 토대로 중국의 악기를 참고해 만든 악기로 소개한다. 우륵은 대가야 가실왕의 부름을 받아 궁중 악사로 활동했다. 가야 각 지역에 전해지던 향토색 짙은 음악을 높은 수준의 예술로 발전시키고 가야금을 제작한 인물로 설명된다.
대가야가 혼란해지자 우륵은 신라로 망명해 충주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음악과 춤, 노래를 전수했으며 우륵의 음악은 신라 궁중음악인 대악으로 채택됐다. 가야에서 시작된 우륵의 음악은 신라로 이어지며 우리 음악의 기틀을 다지는 흐름으로 남았다.
유물로 되살린 고대 현악기
고대 현악기 전시에서는 대전 월평동 유적을 바탕으로 만든 ‘양이두 복원 8현 가야금’을 볼 수 있다. 월평산성 유적에서 백제 악기의 일부인 양이두가 발견됐으며, 처음에는 건축 부품으로 여겨져 보관됐다가 몇 년 뒤 가야금의 양이두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소개된다. 남아 있는 자료가 드문 백제 악기의 모습을 짐작하게 하는 전시물이다.
옆에 놓인 작은 모형은 광주 신창동에서 발굴된 마한시대 유물인 신창동 현악기 가야금형을 복원한 것이다. 현의 수는 10개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유물과 복원품을 나란히 살피면 고대 현악기의 형태가 어떻게 전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우륵이 직접 만든 가야금은 국내에 남아 있지 않다. 일본 나라시 정창원에는 신라가 일본에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신라금이 있으며 우륵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박물관에는 김동환 경상북도 무형유산 고령 악기장이 신라금과 동일하게 제작한 12줄 정악가야금이 전시돼 있다.
또 다른 그림에는 신라로 망명한 우륵이 충주에서 진흥왕이 보낸 관료 세 명에게 각각 가야금과 노래, 춤을 가르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우륵의 음악이 악기 연주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노래와 춤을 아우르며 전승됐다는 내용을 한눈에 보여준다.
가야금과 거문고의 차이
전시장에는 단소와 대금, 피리처럼 이름이나 형태를 혼동하기 쉬운 전통악기도 마련돼 있어 각 악기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가야금과 거문고 역시 줄의 수와 연주 방식이 뚜렷하게 다르다.
- 가야금은 열두 줄과 줄을 받치는 열두 개의 안족을 갖추고 손가락으로 줄을 뜯어 연주한다.
- 거문고는 여섯 줄을 사용하며 일부 줄 아래에 괘라는 단단한 받침 구조가 놓인다. 술대라는 대나무 도구를 쥐고 줄을 타서 소리를 낸다.
두 악기를 같은 전시 공간에서 살피면 줄을 지지하는 구조와 소리를 내는 방식의 차이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시대에 따라 달라진 가야금
다양한 가야금을 소개하는 코너에서는 정악가야금과 산조가야금, 18현·21현·25현 가야금을 만날 수 있다. 정악가야금은 우륵 이후 사용돼 왔으며 풍류가야금 또는 법금으로도 불린다. 부들을 매는 부분이 양의 귀를 닮아 양이두라는 이름이 붙었다.
산조가야금은 19세기 말 민속악 연주에 맞게 개량된 악기다. 정악가야금보다 크기가 작고 봉황의 꼬리를 닮은 부분을 봉미라고 한다. 줄의 수가 늘어난 18현과 21현, 25현 가야금도 함께 전시돼 있어 가야금의 다양한 형태를 비교할 수 있다.
버튼으로 듣는 전통 현악기
한국의 현악기인 해금과 아쟁, 양금, 거문고도 전시돼 있다. 관람객은 버튼을 눌러 각 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악기의 형태를 눈으로 살핀 뒤 실제 음색을 귀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아쟁은 7개의 현을 사용하는 저음 악기로 긴 지속음을 지닌다. 해금은 두 줄을 활로 켜는 악기이며 개량된 형태에는 네 줄도 사용된다. 전시장에는 21현 북한금도 마련돼 있어 여러 현악기의 줄 수와 형태, 음색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다.
오동나무에서 가야금이 되기까지
박물관 건물 밖에는 가야금 공방에서 운영하는 오동나무 건조장이 보인다. 25년 이상 자란 오동나무를 잘라 약 5년 동안 건조하며, 마르는 과정에서 수시로 방향을 바꿔 준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거친 목재 가운데 약 10퍼센트만 가야금 제작에 사용된다.
가야금 한 대의 완성에는 연주 기술만큼이나 오랜 건조와 재료 선별 과정이 필요하다. 전시실에서 확인한 오동나무의 쓰임을 건조장과 연결해 살피면 악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륵박물관 뒤편에는 가야금 제작 체험장이 있다. 건물 사이의 공터는 습기가 많은 장마철에 가야금 현으로 사용할 명주실을 굵기별로 꼬는 장소다. 가야금의 몸체가 되는 나무뿐 아니라 줄에 쓰이는 명주실까지 악기 제작의 여러 과정이 박물관 주변 공간에 이어진다.
오감으로 만나는 소리체험관
우륵박물관 옆에는 소리체험관이 자리한다. 다양한 현악기와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리를 보고 만지고 느끼도록 구성한 오감형 체험 공간이다. 박물관에서 우륵과 가야금의 역사·구조를 살폈다면 이곳에서는 몸을 움직이며 빛과 소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1층 악기마당에는 세계의 다양한 현악기가 전시돼 있으며 악기의 소리도 들어볼 수 있다. 비파와 밴조처럼 이름은 익숙하지만 실제 생김새를 접하기 어려웠던 악기도 전시물로 확인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지역의 현악기를 한 공간에서 보며 형태와 소리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열두 줄과 열두 달의 영상
지하 1층 빛마당의 실감영상실에서는 ‘가야금 12줄, 일 년 열두 달’을 주제로 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가야금의 열두 줄과 한 해의 열두 달을 연결해 빛과 소리로 표현한 공간이다.
손길에 따라 빛과 소리의 울림이 만들어지고 전구 가까이 다가가면 조명이 자동으로 켜진다. 움직임에 맞춰 밝기도 변한다. 관람객의 움직임이 시각적 변화와 소리의 반응으로 이어지면서 전시를 직접 완성하는 듯한 장면이 펼쳐진다.
휴게마당에서는 빛과 소리의 공명을 시각적으로 느끼며 영상에 몰입할 수 있다. 전시물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빛의 변화와 울림을 함께 경험하는 방식으로 공간이 구성돼 있다.
몸으로 발견하는 일상의 소리
놀이마당은 다양한 신체 활동을 통해 소리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공간이다. 소리마당에서는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부터 여러 악기의 소리까지 직접 느끼고 관찰할 수 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들이 몸을 움직이고 소리에 반응하며 체험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리체험관에서는 빛과 영상, 움직임을 통해 그 변화를 시각적으로 살필 수 있다. 아이들은 놀이 과정에서 소리의 차이를 발견하고 관찰하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역사와 체험이 이어지는 공간
우륵박물관은 우륵의 생애와 대가야 음악 문화, 가야금의 구조와 종류, 전통 현악기의 특징을 차례로 보여준다. 야외의 오동나무 건조장과 가야금 제작 체험장은 전시실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제작 과정으로 연결한다.
소리체험관은 세계의 현악기와 일상의 소리, 빛과 영상, 신체 활동을 결합한 체험으로 관람의 폭을 넓힌다. 우륵박물관에서 가야금의 뿌리를 이해하고 소리체험관에서 소리의 원리와 즐거움을 몸으로 확인하는 흐름이 한 장소에서 이어진다.
두 공간은 가야금과 전통음악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도 전시와 체험을 따라가며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고령의 대가야 역사와 우륵의 음악, 악기 제작의 정성, 일상 속 소리의 의미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