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숲에 피어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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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숲에 피어난 희망

산불의 아픔을 지나 희망을 이야기하는 제4회 고운문화제와 사찰음식축제가 열렸다. ‘다시, 천년의 숲’을 주제로 마련된 행사에는 사찰음식과 전통 먹거리 체험, 지역 농산물 장터, 음악회와 토크콘서트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노랗게 물든 낙엽이 가을 정취를 더한 행사장에는 산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 방문객들은 다시 나무가 푸르게 자라고 꽃이 피어날 고운사의 모습을 기원하며 한마음으로 희망의 뜻을 모았다. 산불 이후 처음 열린 이번 문화제는 천년 숲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과 지역 공동체의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고운문화 장터의 풍성한 볼거리

행사장 방문객의 이동을 돕기 위해 셔틀버스가 운행됐다. 셔틀버스가 도착한 고운문화 장터에는 지역 농산물과 생활용품을 살펴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터에서는 아카시아꿀과 야생화꿀, 도토리묵을 비롯한 여러 제품이 판매됐다. 천아트 제품과 생활 속 환경 물품도 진열돼 먹거리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문화를 함께 접할 수 있었다. 고운 마음 팔찌 만들기 체험 공간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재료를 다루며 자신만의 팔찌를 완성했다.

고운문화 장터에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메인 행사장이 나타났다. 장터와 행사장을 오가는 방문객이 이어졌고, 가을 풍경을 배경으로 축제의 여러 공간을 차례로 둘러보는 모습이 관찰됐다.

다시 천년의 숲을 외치다

메인무대에서는 고유제를 시작으로 제4회 고운문화제 및 사찰음식축제 개막식이 진행됐다. 소프라노 축하공연이 무대의 문을 열었고, 내빈 소개와 격려사, 기념사가 이어지며 문화제의 개막을 알렸다.

행사의 주제는 ‘다시, 천년의 숲’이었다. 참석자들은 고운사가 예전처럼 푸른 나무와 꽃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되살아나기를 기원했다. 산불로 상처를 입은 숲을 마주한 자리였기에 회복을 바라는 외침은 더욱 선명한 의미를 전했다.

개막식 이후 행사장 곳곳에서는 사찰음식과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먹거리가 방문객을 맞았다. 담백한 채식라면과 수제 도토리묵, 야채무침 등이 판매됐으며, 사찰음식 특유의 정갈한 구성을 경험하려는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수경재배로 기른 로메인 상추도 선보였다. 싱싱한 잎과 선명한 빛깔이 눈길을 끌었고, 행사장을 찾은 이들은 전시된 채소를 가까이에서 살펴봤다.

손으로 완성한 전통 먹거리

전통 먹거리 체험장에서는 떡메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힘차게 울렸다. 참가자들은 차례로 떡메를 들고 떡을 치며 쫄깃한 콩인절미를 만들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함께한 체험은 옛 먹거리의 제작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정겨운 기억을 나누는 시간이 됐다.

도토리묵 만들기 체험도 진행됐다. 도토리가루와 물을 넣은 뒤 묵이 완성될 때까지 정성스럽게 저어야 하는 과정이었다. 참가자들은 기다림과 손길이 필요한 전통 조리법을 경험하고, 직접 만든 도토리묵을 맛봤다.

두부 만들기 체험에서는 따뜻하게 만들어진 두부를 작은 틀에 조심스럽게 담았다. 소박한 재료가 익숙한 먹거리로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전통의 맛과 정서를 접할 수 있었다.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데 그치지 않고 만드는 과정까지 함께한 점이 축제의 체험성을 높였다.

16교구 사찰음식 한자리에

공양 시간에는 16교구 사찰이 준비한 음식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부석사의 삼색비빔밥을 비롯해 청량사의 가지와 궁채 장아찌, 상추와 당귀를 활용한 겉절이, 고운사의 겨자야채버무리 등이 소개됐다.

사찰음식 시식 공간에는 많은 방문객이 몰려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형성됐다. 자극적인 맛을 덜어내고 재료의 풍미를 살린 음식들이 한 상에 놓이면서 각 사찰의 조리 방식과 구성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방문객들은 차분히 순서를 기다린 뒤 여러 음식을 맛보며 사찰음식의 담백한 맛을 경험했다.

채식라면과 도토리묵, 두부, 제철 채소에 이르기까지 행사장에 마련된 먹거리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사찰음식축제라는 성격에 맞게 음식은 화려한 장식보다 재료의 조화와 정갈한 차림에 초점을 맞췄다.

음악과 과학이 어우러진 무대

고운음악회에는 정수라, 박서진, 최예림과 경북도립국악단이 출연했다. 가수의 공연을 기다린 팬들은 아침 일찍 행사장을 찾아 응원 준비에 나섰다. 대중가요와 국악이 한 무대에서 이어지면서 축제 현장에는 다양한 세대의 관객이 모였다.

문화제 프로그램은 공연에만 머물지 않았다. 인백기천 퀴즈쇼가 열렸고, 김현탁 초전도체 박사의 토크콘서트도 진행됐다. 관람객들은 문제를 함께 풀고 이야기를 들으며 행사에 참여했다. 전통문화와 음식, 음악, 과학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폭을 넓힌 구성이었다.

맨발로 걸으며 나눈 회복의 뜻

2026년 10월 18일에는 지역 예술인 힐링콘서트와 고운천년숲길 맨발걷기대회가 열렸다. 지역 예술인의 무대가 이어졌으며, 참가자들은 고운천년숲길을 맨발로 걸으며 가을 숲의 모습을 마주했다.

행사가 열린 공간에는 산불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참가자들은 그 흔적 사이를 걸으며 고운사와 천년 숲이 다시 푸르게 회복되기를 바라는 뜻을 나눴다. 현장에는 아픔을 기억하면서도 앞으로의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제4회 고운문화제는 산불 이후 다시 열린 축제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남겼다. 농산물 장터와 전통 먹거리 체험, 사찰음식 시식, 음악회, 퀴즈쇼, 토크콘서트, 맨발걷기대회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방문객의 참여를 이끌었다.

천년의 숲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희망은 개막식의 구호에만 머물지 않았다. 음식을 나누고 공연을 관람하며 숲길을 함께 걷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마음으로 이어졌다. 고운문화제는 아픔의 시간을 지나 회복을 이야기하고, 참가자들이 소중한 추억을 쌓은 가을 문화행사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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