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을 잇는 오십 번째 무대

울진의 전통문화와 예술을 한자리에서 선보인 제50회 성류문화제가 2026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성류굴 입구와 연호공원, 연호문화센터 일원에서 열렸다.
1977년부터 이어진 성류문화제는 울진의 전통문화와 예술을 알리고 계승해 온 대표 문화축제다. 올해 50회를 맞은 행사에서는 전통문화 재현과 공연, 전시, 체험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행사장은 울진의 옛 생활상을 되짚는 전통문화와 오늘날의 다양한 예술 장르가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공연의 흥겨운 장단을 즐기는 한편 전시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며 울진 문화예술의 폭넓은 면모를 살펴봤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연
성류문화제 무대에서는 전통공연뿐 아니라 클래식 공연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공연이 이어졌다. 아름다운 선율이 행사장에 울려 퍼지면서 전통문화 중심의 축제에 차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더해졌다.
클래식 공연은 관람객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무대는 성류문화제가 여러 세대와 다양한 문화예술을 아우르는 자리임을 보여줬다.
옛 혼례 문화를 되살린 시연
우리 고유의 혼례 문화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통혼례 시연도 진행됐다. 출연자들은 전통 혼례복을 갖춰 입고 옛 방식에 따라 의례를 이어갔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전통혼례의 절차와 복식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관람객들은 의례가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과거의 혼례 문화와 그 안에 담긴 전통의 가치를 되새겼다.
힘과 호흡을 모은 월송큰줄당기기
여럿이 거대한 줄을 당기는 월송큰줄당기기도 재현됐다. 참여자들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으고 서로 호흡을 맞추는 동안 행사장에는 전통 민속놀이 특유의 활기가 퍼졌다.
굵은 줄을 사이에 두고 힘찬 움직임이 이어질 때마다 관람객의 시선도 현장으로 모였다. 개인의 힘보다 공동체의 협력과 단합이 중요한 놀이의 특징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장면이었다.
긴장과 흥겨움을 전한 줄타기
남창동 줄타기 공연은 아슬아슬한 묘기로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높은 줄 위에서 펼쳐지는 동작과 재치 있는 몸짓이 어우러지면서 긴장감과 흥겨움이 함께 살아났다.
줄 위에서 균형을 잡고 묘기를 이어가는 순간마다 관람객들은 무대에 집중했다. 전통 연희가 지닌 기술적 매력과 유쾌한 표현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공연이었다.
바지게꾼의 삶을 담은 울진 이야기
울진의 옛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십이령 바지게꾼 놀이도 펼쳐졌다. 십이령 바지게꾼 놀이는 과거 울진과 봉화를 오가며 소금과 생필품 등을 나르던 바지게꾼들의 삶과 애환을 놀이로 재현한 울진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다.
지게를 메고 길을 나서던 옛 바지게꾼의 모습은 당시 울진 사람들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단순히 옛 모습을 재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이 살아온 삶과 노동의 이야기를 오늘의 관람객에게 전하는 무대가 됐다.
십이령 바지게꾼 놀이는 울진의 지리와 생활, 사람들의 애환이 하나로 이어진 지역 고유의 문화라는 점에서 축제의 의미를 더욱 깊게 했다.
웃음과 박수를 이끈 봉산탈춤
신명 나는 장단과 함께 봉산탈춤도 무대에 올랐다. 개성 있는 탈과 익살스러운 몸짓이 어우러지며 우리 전통문화가 지닌 유쾌한 매력을 전했다.
흥겨운 장단이 이어질 때마다 현장에는 웃음과 박수가 번졌다. 관람객들은 탈의 표정과 춤사위, 출연자들의 재치 있는 움직임을 따라가며 전통공연의 생동감을 즐겼다.
서예의 깊이를 만난 전시
공연장이 역동적인 장단과 움직임으로 채워졌다면 전시 공간에서는 작품을 차분히 감상하며 문화와 예술의 결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제24회 울진봉평신라비 전국서예대전 수상작과 초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마다 한 획 한 획에 담긴 정성과 개성이 드러났으며, 관람객들은 여러 작품을 비교해 보며 우리 서예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글자의 짜임과 붓의 흐름이 서로 다른 작품들이 한자리에 놓이면서 서예가 지닌 다양한 표현 방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는 전통문화를 기록하고 이어가는 문자예술의 가치를 차분하게 보여줬다.
미술 사진 야생화와 금강송 목공예
미술과 사진, 야생화 전시, 금강송 목공예 전시도 함께 마련됐다. 서로 다른 재료와 표현 방식으로 완성된 작품들은 성류문화제의 전시 영역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정성스럽게 가꾼 야생화와 식물 작품들은 자연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전했고, 미술과 사진 작품은 각기 다른 시선으로 포착한 문화예술의 매력을 보여줬다. 금강송 목공예 작품에서는 나무를 바탕으로 구현한 조형미를 살펴볼 수 있었다.
관람객들은 공연 사이에 전시장을 둘러보며 작품의 세부 표현을 감상했다. 역동적인 공연과 차분한 전시가 함께 구성돼 축제의 흐름에 다채로움을 더했다.
오십 회를 이어온 문화의 힘
제50회 성류문화제는 공연과 전시, 체험,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울진의 다양한 문화와 이야기를 펼쳐 보인 뒤 마무리됐다. 전통혼례와 월송큰줄당기기, 십이령 바지게꾼 놀이, 줄타기와 탈춤은 지역과 전통의 의미를 생생하게 전했다.
클래식과 서예, 미술, 사진, 야생화, 금강송 목공예는 축제의 예술적 폭을 넓혔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여러 장르를 함께 담아낸 구성이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는 문화행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1977년부터 이어온 성류문화제가 50회를 맞았다는 사실은 울진의 전통과 예술을 꾸준히 보존하고 계승해 온 시간의 무게를 보여준다. 이번 행사는 울진만의 문화적 이야기를 공연과 작품으로 나누고, 지역 문화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