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선비의사 석곡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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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선비의사 석곡의 길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 도구리에는 조선 후기 유학자이자 한의학자인 석곡 이규준 선생의 삶과 학문을 조명하는 석곡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포항에서 태어나 스스로 학문의 길을 개척하고, 배운 지식을 교육과 치료에 활용했던 한 인물의 발자취를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기념관에서는 이규준 선생이 유학과 의학에만 머물지 않고 문학, 철학, 수학, 천문학 등 여러 분야를 폭넓게 연구한 과정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자료와 저술, 약재, 영상과 체험 공간이 한 인물의 생애와 사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석곡기념관 관람 정보

구분내용
시설명석곡기념관
소재지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 일월로11번길 12
관람 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관일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당일, 추석 당일
입장료무료
주차료무료

기념관 안으로 들어서면 석곡 이규준 선생의 생애와 학문적 성취를 정리한 연보와 관련 자료가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는 그의 출생과 성장, 학문 연구, 후학 교육, 의료 활동을 따라가며 한 시대를 살아간 선비 의사의 면모를 보여준다.

스스로 학문을 익힌 포항의 선비

석곡 이규준 선생은 1855년 포항 동해면 임곡리에서 태어나 1923년까지 살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스스로 학문을 익혔으며, 한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유학을 비롯해 문학과 철학, 수학과 천문학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에게 학문은 개인의 지식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후학을 가르치고 의학을 깊이 연구하면서 백성들의 병을 치료하는 데 배움을 활용했다. 여러 학문을 현실의 삶과 연결해 실천한 선비 의사였다는 점이 석곡 이규준을 이해하는 중요한 바탕이다.

석곡 선생이 남긴 저술에서도 학문적 관심의 폭을 확인할 수 있다. 유학 분야에서는 『육경주』, 『경수』, 『논어』, 『효경』 등을 정리했다. 서양의 역법을 연구한 『포상기문』과 수학을 다룬 『구장요결』도 남겼다. 이 저술들은 그가 전통 학문을 공부하는 동시에 여러 지식 분야를 탐구했음을 보여준다.

후년에는 의학 연구에 전념해 『황제소문절요』와 『의감중마』 등을 저술했다. 유학에서 출발한 그의 공부가 수학과 천문학을 거쳐 의학 연구와 치료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석곡의 학문은 지식과 실천이 분리되지 않은 흐름을 나타낸다.

의감중마와 독창적인 의학관

『의감중마』는 석곡 이규준 선생의 독창적인 의학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의서다. 그는 기존의 의학 이론을 그대로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연구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견해를 제시했다.

음양론에서는 주단계의 학설과 다른 부양론을 주장했다. 부양론은 양기를 돕는 치료를 중요하게 여기는 관점으로, 석곡 선생은 이에 따라 인삼과 부자 같은 온열성 약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독성이 강한 부자를 능숙하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부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러한 별명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그가 세운 의학 이론과 실제 치료 방식의 특징을 드러낸다. 기념관 전시는 저술과 약재를 함께 제시해 그의 의학적 생각이 진료 현장에서 어떻게 실천됐는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사람을 기르는 석곡서당의 교육

석곡 이규준 선생이 사람을 대하고 가르친 자세는 석곡서당의 학규에 잘 나타나 있다. 학생들은 새벽에 일어나 전날 배운 내용을 암송한 뒤 스승에게 배움을 청했다. 이후 글씨와 셈, 독서를 이어가며 공부한 내용을 반복해 익혔다.

경전은 한 번 읽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거듭 읽어 완전히 익히도록 했다. 저녁에는 그날 배운 내용을 다시 낭송했다. 배우고, 반복하고,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 하루의 교육 속에 촘촘히 이어졌다.

그러나 석곡의 교육은 책상 앞에서 지식을 쌓는 일에만 머물지 않았다. 학생들이 열흘에 한 번씩 휴식을 취하도록 했고, 시를 짓고 읊는 활동뿐 아니라 운동과 무용도 교육 과정에 포함했다. 봄과 가을에는 예절을 익히고 향음주례와 향사례 등을 행하도록 했다.

배움의 범위도 넓었다. 예절과 음악, 글씨와 수학, 의학과 법률, 병법과 지리, 천문까지 익히도록 했다. 여러 분야를 함께 공부하게 한 교육 방식은 학문을 실제 생활과 연결하려 했던 석곡 선생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

행실을 스스로 돌아보는 고덕문

석곡서당의 교육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고덕문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행실을 직접 돌아보도록 한 기준으로, 배움이 말과 글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 부모에게 효도했는지 돌아본다.
  • 다른 사람을 공손하게 대했는지 살핀다.
  • 말과 행동이 바르고 진실했는지 점검한다.
  • 자신의 허물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는지 확인한다.

고덕문이 강조한 것은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태도와 행실을 스스로 살피는 일이었다. 석곡 선생에게 공부는 지식을 많이 갖추는 것을 넘어 사람다운 사람으로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새벽의 암송부터 저녁의 낭송까지 이어지는 학습,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교육, 예절과 운동을 포함한 생활 교육,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는 고덕문은 서로 분리된 내용이 아니다. 학문과 품행, 지식과 실천을 함께 세우려 했던 하나의 교육관으로 연결된다.

전시로 만나는 석곡의 학문

석곡기념관에서는 석곡 이규준 선생의 생애와 학문적 업적을 한 흐름으로 살펴볼 수 있다. 연보와 관련 자료는 그가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고, 무엇을 공부했으며, 배움을 어떻게 교육과 의료 활동으로 이어갔는지 보여준다.

2층 계단 옆에는 석곡서가가 마련돼 있다. 이 공간에서는 석곡 선생이 남긴 학문적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다. 유학과 역법, 수학, 의학으로 이어진 연구의 폭은 그를 단순히 한 분야의 학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를 드러낸다.

기념관의 상징 조형물인 ‘울려퍼지는 마음’과 ‘널리 퍼지는 마음’은 석곡 선생의 뜻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 공간을 따라 이동하는 관람객들은 조형물과 자료를 통해 그의 삶이 남긴 의미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약재로 살펴보는 석곡약방

석곡약방에서는 석곡 이규준 선생이 사용했던 여러 약재를 살펴볼 수 있다. 부자를 비롯한 약재가 전시돼 있어 문헌으로 소개되는 그의 의학을 실제 약재와 연결해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온열성 약재를 활용했던 치료 방식과 부양론을 함께 살펴보면 석곡 선생의 의학관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론을 저술로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임상 경험과 치료에 적용했던 선비 의사의 면모가 전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이어진다.

영상관과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다. 문자 자료 중심의 전시와 영상, 체험 요소가 어우러지며 석곡 선생의 삶과 학문을 다양한 방식으로 살펴보게 한다. 전시실에는 연구와 교육, 치료를 함께 실천했던 인물의 생애가 차분한 흐름으로 펼쳐진다.

개항기 한의학을 이끈 인물

석곡 이규준 선생은 동무 이제마 선생과 함께 개항기 한의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만 그의 삶은 유명한 한의학자라는 설명만으로는 모두 담기 어렵다. 유학을 공부하면서도 새로운 학문을 받아들였고, 의학을 연구하면서 백성들의 삶을 먼저 생각했다.

배운 지식을 자신의 명예를 위해 쌓아두기보다 후학을 가르치고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데 사용했다. 교육에서는 지식과 인격을 함께 강조했고, 의학에서는 기존 이론을 답습하지 않고 연구와 임상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견해를 세웠다.

석곡기념관이 보여주는 핵심은 학문과 삶의 연결이다. 무엇을 공부했는지뿐 아니라, 공부한 내용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그의 생애 전반에 나타난다. 유학자로서의 탐구, 교육자로서의 책임, 한의학자로서의 치료가 하나의 실천적 삶으로 이어진 것이다.

포항에 남은 선비 의사의 흔적

포항의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난 석곡 이규준 선생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스스로 학문의 길을 열었다. 여러 학문을 폭넓게 연구하고 후학을 길렀으며, 의학 지식을 백성들의 치료에 활용했다. 1923년 세상을 떠난 뒤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의 흔적은 포항 동해면에 남아 있다.

석곡기념관은 한 역사적 인물의 업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람객이 전시 자료를 따라가다 보면 공부의 목적과 지식의 쓰임, 사람을 가르치는 자세를 함께 살펴보게 된다. 선생이 남긴 저술과 학규, 의학 이론과 약재는 서로 연결되며 그의 학문 세계를 구성한다.

기념관 내부는 연보와 서가, 상징 조형물, 약방, 영상관과 체험 공간으로 이어진다. 관람객들은 조용히 자료를 읽거나 전시된 약재를 살펴보며 석곡 선생의 연구와 실천을 마주한다. 역사적 사실과 인물의 사상이 전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이다.

석곡 이규준 선생의 생애는 배움이 현실과 만날 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학문을 익혀 후학을 가르치고, 의학을 연구해 병든 사람을 치료한 그의 삶은 선비와 의사라는 두 이름이 하나로 이어지는 과정을 남겼다. 석곡기념관은 그 깊고 넓은 학문적 여정을 포항의 역사 속에서 차분히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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