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빛깔로 물든 어북실

세 가지 색으로 펼쳐지는 가을 정원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헌문리의 대가야 어북실 초화단지가 핑크와 퍼플, 베이지를 중심으로 한 세 가지 색상 테마를 선보이고 있다. 약 10만㎡ 규모의 공간을 핑크 존인 로맨틱 가든, 퍼플 존인 신비 가든, 베이지 존인 내추럴 가든으로 나눠 서로 다른 가을 풍경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초화단지에는 핑크뮬리와 코스모스, 아스타국화, 버들마편초, 팜파스그라스, 억새, 털수염풀, 수크렁 등 다양한 식물이 자리한다. 구역마다 중심이 되는 색과 식물의 형태가 달라 이동할 때마다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바뀐다. 화려한 꽃부터 차분한 풀과 은빛 이삭까지 이어지는 풍경이 어북실의 가을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어북실의 핵심은 단순히 많은 꽃을 심은 데 있지 않다. 색상별로 구역을 구분해 방문객이 각각의 특징을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 있다. 넓게 펼쳐진 꽃밭과 산책길, 휴식 공간, 작은 전망대가 어우러지면서 가족과 연인, 친구가 함께 걷고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나들이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핑크 존 로맨틱 가든
대가야수목원 입구의 회천교 아래쪽, 초화단지 주차장 부근에는 대규모 핑크뮬리 단지가 조성돼 있다. 부드러운 분홍빛 이삭이 넓게 이어지고 바람이 불 때마다 물결처럼 흔들린다. 주변을 걷는 방문객들은 핑크뮬리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이동하며 각자 원하는 지점에서 풍경과 사진을 함께 담는다.
핑크뮬리는 미국 중서부가 원산지인 벼과의 다년생 식물로 알려져 있다. 가늘고 풍성한 이삭이 모여 특유의 분홍빛 경관을 만든다. 한 포기씩 가까이 볼 때보다 넓은 면적에 군락을 이뤘을 때 색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식물이다.
단지 안에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마련돼 있다. 꽃밭 안쪽으로 무리하게 들어가지 않고도 핑크뮬리 가까이에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다양한 방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길과 식재 구역이 나뉘어 있어 넓은 군락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기에도 알맞다.
핑크 존의 또 다른 중심은 코스모스다. 흰색과 분홍색, 빨간색 코스모스가 넓게 어우러져 핑크뮬리와는 다른 가을 풍경을 만든다. 핑크뮬리가 풍성하고 부드러운 색의 면을 보여준다면, 코스모스는 가느다란 줄기와 선명한 꽃잎으로 화면에 점을 찍듯 다채로운 색을 더한다.
가녀린 줄기의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흔들리면서 초화단지에 가볍고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멕시코가 원산지로 알려진 코스모스의 꽃말은 순정이다. 여러 색의 꽃이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구간에서는 방문객들이 걸음을 늦추고 꽃의 색과 형태를 차분히 살펴보는 모습이 나타난다.
퍼플 존 신비 가든
핑크 존을 지나면 보라색을 중심으로 꾸민 퍼플 존이 이어진다. 신비 가든이라는 이름에 맞게 보라색 아스타국화가 넓은 공간을 채운다. 낮게 이어지는 보라색 꽃밭은 핑크 존의 밝고 따뜻한 인상과 구분되는 차분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아스타국화가 만든 짙은 보라색 풍경은 퍼플 존의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꽃이 모여 있는 구역에서는 보라색이 넓은 면으로 펼쳐지며, 주변의 녹색 줄기와 잎이 색의 대비를 더한다. 방문객들이 꽃밭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장소이기도 하다.
퍼플 존에는 아스타국화와 함께 버들마편초도 넓게 식재돼 있다. 한 구역 안에서도 식물의 높이와 꽃 모양이 달라 단조롭지 않은 풍경을 만든다. 아스타국화의 촘촘한 꽃밭과 버들마편초의 가느다란 줄기가 어우러지면서 보라색 정원에 깊이감을 더한다.
핑크 존에서 퍼플 존으로 이동하면 꽃의 종류뿐 아니라 공간에서 느껴지는 색의 흐름도 바뀐다. 밝은 분홍색과 여러 색의 코스모스가 이어지던 길이 보라색 꽃밭으로 연결되면서 서로 다른 두 정원을 연속해서 둘러볼 수 있다.
베이지 존 내추럴 가든
퍼플 존 뒤쪽에는 베이지 존인 내추럴 가든이 자리한다. 이곳에서는 팜파스그라스와 억새, 털수염풀, 수크렁처럼 꽃잎보다 줄기와 이삭의 형태가 두드러지는 식물을 볼 수 있다. 앞선 구역의 선명한 분홍색과 보라색에서 한발 물러나 자연스러운 베이지색과 은빛을 중심으로 가을의 깊은 분위기를 표현한다.
수크렁은 바람을 따라 흔들리며 계절감을 드러낸다. 억새는 수수한 색감으로 차분하고 따뜻한 인상을 전한다. 화려한 꽃이 중심인 공간과 달리 베이지 존에서는 식물의 선과 질감,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게 된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팜파스그라스는 풍성한 은빛 이삭으로 시선을 모은다. 높이 올라온 이삭이 주변 식물과 층을 이루면서 내추럴 가든의 중심 풍경을 만든다. 털수염풀을 비롯한 여러 식물도 베이지색 계열의 경관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베이지 존은 화려함을 앞세우기보다 가을 들판의 편안한 색과 질감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억새와 수크렁, 팜파스그라스가 바람에 움직일 때마다 풍경이 조금씩 달라져 정적인 꽃밭과 다른 인상을 남긴다.
어북실에 담긴 지역의 이야기
어북실이라는 지명은 예부터 회천에 물고기가 많아 어부들이 모여 살았던 사실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부라는 말에서 자연스럽게 어북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현재의 초화단지는 지역 지명에 담긴 이야기를 간직한 공간 위에 계절별 식물 경관을 더한 형태다.
이곳에는 2015년부터 초화단지가 조성됐다. 이후 넓은 야외 공간에서 꽃과 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알려졌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비대면 방식으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 더욱 주목받았다. 탁 트인 꽃밭과 산책 동선이 어우러져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걸으며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특성이 부각됐다.
꽃밭 주변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여러 곳 마련돼 있다. 넓은 초화단지를 걷다가 휴식을 취한 뒤 다음 색상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국화 화분이 놓인 기념촬영 공간도 있어 방문객들이 가을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다. 국화가 노란 꽃을 피우는 시기에는 주변 풍경에 또 하나의 색이 더해진다.
전망대에서 살펴보는 초화단지
초화단지 끝부분에는 작은 전망대가 있다. 지면에서 꽃을 가까이 보는 것과 달리 전망대에서는 여러 구역이 이어지는 모습을 비교적 넓게 살펴볼 수 있다. 가까운 꽃밭뿐 아니라 생각보다 먼 곳까지 시야가 트여 있어 어북실의 규모와 공간 구성을 파악하기 좋다.
전망대에 오르면 핑크, 퍼플, 베이지로 이어지는 색의 흐름이 더욱 분명해진다. 핑크뮬리와 코스모스가 만든 밝은 구역, 아스타국화와 버들마편초가 채운 보라색 구역, 억새와 팜파스그라스가 자리한 차분한 구역이 각기 다른 표정으로 펼쳐진다.
초화단지를 걸을 때는 개별 꽃과 이삭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높은 곳에서는 식재 구역의 전체적인 배치가 강조된다. 방문객들은 전망대에서 넓은 풍경을 바라보거나 사진으로 기록한 뒤 다시 산책로를 따라 이동할 수 있다.
찾아가는 기준과 주차 정보
처음 방문하는 경우 자동차 내비게이션에서 대가야수목원을 목적지로 검색하면 초화단지 인근으로 이동할 수 있다. 대가야수목원 입구의 회천교 아래쪽에 초화단지 주차장과 핑크뮬리 단지가 자리한다.
방문객이 많아 초화단지 부근 주차가 어려운 경우에는 인근 대가야수목원 주차장이나 생활체육공원 앞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주차 위치에 따라 초화단지까지 이동 거리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장 여건을 확인한 뒤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가야 어북실 초화단지는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가을 색을 차례로 만날 수 있는 장소다. 핑크 존의 부드럽고 화사한 풍경, 퍼플 존의 깊고 신비로운 색감, 베이지 존의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정취가 연결돼 있다.
분홍빛 핑크뮬리와 다채로운 코스모스, 보라색 아스타국화와 버들마편초, 은빛 팜파스그라스와 억새가 어우러지며 어북실만의 가을 장면을 완성한다. 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꽃을 감상하고, 휴식 공간과 전망대에서 주변을 바라보는 흐름으로 둘러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