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더욱 빛나는 예천 용문사 산사여행

비 오는 날 더욱 빛나는 예천 용문사 산사여행
5월의 어느 주말 오전,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촉촉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에 위치한 예천 용문사를 찾았다. 비와 안개가 어우러져 산사는 한층 몽환적이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예천 용문사는 예천 지역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명소로, 차량 진입이 매우 편리해 비 오는 날이나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지로도 적합하다. 주차장에서 중심 전각까지의 거리가 가까워 이동이 수월한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산사의 조용한 공기가 방문객을 맞이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성보박물관으로, 이곳에서는 사찰의 불교 유물과 문화를 전시하고 있다. 이어서 보광명전은 예천 용문사의 중심 법당으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공간이었다.
우산을 접고 마당에 잠시 머무르자, 기와를 타고 흐르는 빗소리가 고요한 산사의 정취를 더욱 깊게 느끼게 했다. 이 순간의 빗소리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대장전은 고려 시대에 건립된 전각으로, 국보 제328호로 지정된 윤장대가 보관되어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 명부전은 사후 세계를 주관하는 지장보살과 시왕이 모셔진 전각으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두 손을 모으게 만드는 신성한 공간이다.
영남제일강원이라는 현판이 걸린 전각을 지나면서 용문사가 단순한 사찰을 넘어 한때 불교 교육의 중심지였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함보다는 단정함이 돋보이는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범종각에서는 크고 묵직한 범종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해운루는 사찰 출입을 잇는 누각으로 단청과 처마 곡선이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마지막으로 사천왕문을 지나면서 다시 세속으로 돌아가는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안개 낀 숲길과 젖은 나무들, 연등 아래 적막한 분위기까지 맑은 날에는 무심히 지나쳤을 풍경들이 이날은 더욱 선명하고 조용하게 마음에 새겨졌다. 예천에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운 산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맑은 날도 물론 좋지만, 비 오는 날에야말로 예천 용문사의 진정한 매력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된다.
예천 용문사 위치: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용문사길 285-30
